[사설]보수, ‘反文’만으로 대선 치를 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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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이 어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꺾고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보수 개혁’을 표방하는 바른정당은 두 후보가 공약을 놓고 정면 승부 같은 토론을 벌여 다른 당의 뻔한 후보 토론과 차별화를 이뤘다. 그럼에도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는 크지 않아 지지율이 유 의원은 2%대, 당도 4%대에 머물 만큼 존재감이 미약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를 저지하려면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같은 보수정당, 더 나아가 국민의당과 제3지대론자까지 묶는 보수·중도 대연합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유 의원은 후보 당선 뒤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이 공감해주는 단일화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국당의 친박 핵심 청산,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재판 문제 등을 지적했으나 보수·중도 연합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어제 국민의당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도 압승한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를 노리며 연대론에 선을 긋고 있지만 박지원 대표는 “국민들이 자동적으로 연합이나 연대의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반(反)문재인’ 연대의 빅텐트를 치는 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 당 후보가 4월 초까지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대선과 개헌을 병행하려는 ‘개헌 연대’는 무산됐지만 문재인과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려는 ‘반문(反文) 연대’는 열려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집권하면 편 가르기와 반미 운동권식 친노(친노무현) 정치 폐해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가 아무리 커도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연대는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 반문 연대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박근혜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외교안보와 경제위기, 양극화 등 내우외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비전 제시가 먼저다.

보수가 처절한 반성과 자기희생 없이 국민의 신임을 다시 얻기는 쉽지 않다.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 속에서 새누리당이 바른정당과 한국당으로 쪼개져 서로 손가락질을 해왔지만 헌정사의 불행에 책임지는 보수 정치인은 없다. 만에 하나 보수가 재집권한들 이 나라가 무엇이 달라질지 국민은 확신할 수 없다. 보수는 연대 추진 전에 과연 문재인보다 무엇이 나은가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막연히 문 전 대표에 대한 불안을 증폭하는 것만으로 정권교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런 자세로는 야당이 되더라도 다시 집권당이 되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유승민#바른정당#남경필#보수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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