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국립대 특집]제주대학교, 태평양시대 글로컬 인재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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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향진 총장에게 듣는다
“안정적 재정지원 위한 법적장치 필요”



허향진 제주대 총장은 “제주대가 선도 거점국립대로서 지역적 특성을 살리면서 세계와 나란히하는 글로컬 대학으로 발전하려면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스스로도 발전기금 유치, 산학협력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 긴축경영 등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강사료, 공공요금, 용역비 등 필수 경상경비의 40% 이상을 대학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등록금 동결·인하로 학교 재정이 압박받는 실정이다. 필수 경상경비는 100% 국고 지원돼야 한다.”

그는 ‘국립대학 육성을 위한 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국립대가 초중등교육기관과 같이 국립학교 설치령에 근거해 운영되면서 운영과 자율성에 문제점이 불거졌기에 안정적 재정 지원과 운영을 위한 법률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재정지원 확대를 위한 강제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예컨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국립대 지원금으로 할당하는 등 정부의 의무부담율을 설정했으면 한다. 또한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대학은 정부가 등록금 결손분을 지원할 수 있게 하고, 교육부·미래부·국토부·중기청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간접비를 정부가 부담하게 하되 사업비의 30%는 대학 운영비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허 총장은 “제주대는 정부 부처에서 수주한 사업비를 연구·교육에 투입하고 있는데, 이때 대학의 ‘대응자금’을 필수요건으로 하거나 사업 선정 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응자금은 등록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학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제주대의 비전

제주대 캠퍼스 전경
제주대 캠퍼스 전경


제주대학교는 제주 유일의 국립종합대학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다. 1952년 개교 이래 지역의 지적 중심체로서 국립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성실하게 수행해왔다.

제주대의 교육 인프라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중앙일보 교육여건 평가에서 2014년 4위, 2015년 5위 등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국립대 중 부동의 1위다. 지난해 말 현재 전임교원은 630명으로 재학생 기준 교원 법정정원(660명)의 95.5%를 확보했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는 21.3명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 전임교원 1인당 연구재단 논문실적도 거점국립대 중 1위다. 등록금은 평균 378만3000원으로 가장 낮다. 국립대 평균 등록금은 401만1000원(거점국립대는 411만 원)이다. 등록금 대비 장학금 수혜율은 거점국립대 중 두 번째로 높다. 등록금이 지속적으로 인하, 동결되는 상황에도 장학금 지급을 꾸준히 확대한 결과다. 올해 1인당 평균 장학금 목표는 278만9000원으로 등록금의 73.7% 수준이다. 졸업생 취업률은 60.2%로 거점국립대 중 2위다.

교육환경 개선작업도 활발하다. 학생생활관은 2332명이 입주해 재학생 수 대비 수용률이 20.9%인데, 내년 2월 완공 목표로 3차 생활관 신축 및 임대형 민자사업을 추진 중이다. 900명이 생활하는 규모로 완공되면 전체 수용률이 28.9%로 교육부 권고 목표율(25%)을 넘어선다.

중앙도서관 남쪽에는 연면적 7000m²,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신축 도서관이 올해 개관한다. 135억 원을 들여 이용자편의시설, 멀티미디어실, 교육실, 그룹스터디룸 등을 갖춘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와 제주대 내에 기업연구관 및 산학융합캠퍼스관을 조성해 산학 연구개발(R&D) 인력양성-고용창출이 선순환하는 제주산합융합지구도 조성한다. 대학 인근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1만2205m²에 산업단지캠퍼스관과 기업연구관 건물 2개 동을 신축한다. 내년 12월 준공해 2019년 3월 제주대 컴퓨터공학과, 식품영양학과, 화학코스메틱스학과, 제주관광대 멀티미디어게임과가 이전할 예정이다. 기업연구관에는 30여 개 중소기업과 부설연구소가 입주한다.

VISION 2020 JEJUNU


좀더 먼 미래를 겨냥한 비전도 수립했다. 중기 발전상을 담은 ‘VISION 2020 JEJUNU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태평양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컬 인재 육성 대학’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자아를 실현하는 전인적 교양인 △지식과 가치를 창조하는 전문인 △사회에 봉사하는 선도적 지성인 △정체성과 개방성을 지닌 세계인을 지향한다.

대학 비전과 연계한 특성화 전략으로는 △교육과정의 질적 개선을 통한 글로컬 인재 양성 △학습지원체계 및 실험실습지원 확대를 통한 융합지식 역량 강화 △지역산업과 연계한 특성화 인력 양성을 제시했다. ‘국내 20위권 대학 도약’ 목표도 세웠다.

2014년 제9대 허향진 총장 취임(8, 9대 연임)과 함께 새 경영 비전도 선보였다. ‘아시아의 명문, 세계의 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전인 교육대학 △연구 중심대학 △글로벌 중심대학 △지역발전 선도대학을 4대 목표로 ‘취업률 국립대 최상위권 달성’ 등 10대 핵심과제를 실천하고 있다.

사업 비전은 ‘글로컬 미래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지역전략산업연계 특성화’다. 기존의 특성화 내용을 시대적 흐름과 지역 산업구조 재편에 부응해 다시 손질했다. 교육부 지원사업 및 제주광역경제권 선도전략산업의 일환으로 추진한다. 특성화사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글로컬 창의인재 양성, 대학 경쟁력 강화, 지역산업 연계 인재 양성을 목표로 잡았다. 지역산업과 연계한 7개 특성화사업단도 육성하고 있다(△제주문화콘텐츠창의인재양성사업단 △생물다양성기반천연화장품산업인재양성사업단 △아열대농생명융복합산업인재양성사업단 △스마트그리드와청정에너지융복합산업인력양성사업단 △말(馬)6차산업창의인재양성사업단 △교·사대 연계를 통한 SW기반창의융합형교원양성사업단 △제주국제자유도시 중국비지니스무역전문인력양성특성화사업단).

올해 경영전략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견인체제 구축 및 기본역량 배양’이다. 이를 위해 구축해야 할 5대 핵심과제는 △제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선제적 대응체제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글로벌 인재양성체제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상생발전체제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역량결집체제 △행복한 대학 공동체문화 확산체제다.

입학정원의 대규모 감축이 수반될 제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대비해 구조개혁평가 대응팀을 신설했고, 외부 전문집단 컨설팅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새로운 역할과 체제를 정비할 계획이다. 평가분야별 위원회를 구성해 상시점검 및 환류체제도 마련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글로벌 인재양성 체제를 갖추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융·복합 학과 신설을 유도하고 연계 교과과정 개편도 추진한다. ‘제주형 글로벌 인재’를 양성할 목표로 교육혁신본부의 위상을 높이고 특성화 분야에 재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행복한 대학공동체 문화

대학은 지역사회의 공적자원이자 증축동력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한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상생발전체제 구축에도 나선다. 지역이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배출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선도하려 한다. 또한 미래융합대학을 안착시키기 위해 대학 역량을 결집하고, 기업과 연계한 학생 현장실습 강화 및 협력을 도모할 계획이다. 7+1(한 학기 해외교류 수학)사업 등 지자체 협력사업도 확대한다.

입학정원 10% 감축, 등록금 동결로 긴축재정이 불가피해져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역량결집 체제도 구축한다. 올해 신규 국책사업을 유치해 교육사업비를 확보하고, 계속 지원되는 사업은 최우수평가를 받게 해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이러한 핵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대학발전을 염원하는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이 긴요하기에 행복한 대학공동체 문화를 적극 확산하기로 했다. 개교 65주년 사업을 통한 구성원 일체감 강화, 교직원·학생·동문 정기적 소통의 장 마련, 제주교육대학의 아라캠퍼스 이전사업 등이 그것이다. 교육대학 이전은 일반종합대학과 특수목적대학의 외형적 통합을 넘어 진정한 하나의 ‘제주대 공동체’ 완성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오피니언리더에게 듣는다 - 김태환 전 제주지사
“이제 인재들이 제주 안 떠나도 된다”


“제주대는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제주특별자치도의 기틀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역거점국립대와 지방자치단체는 상생, 보완하며 대학과 지역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제주대는 65년간 8만여 동문을 배출한 인재의 산실이다. 이들이 제주도는 물론 전국, 전세계 곳곳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1964년 제주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태환 전 제주지사는 “도민의 교육열이 높아 그간 자녀를 서울 등지의 대학으로 많이 진학시킨 게 사실”이라며 ”제주대가 제 역할을 하면 학부모의 인식도 바뀌고 우수한 인재들도 제주대 진학 의지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대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의과대학, 대학병원을 신설한 것이 제주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인재들이 제주를 떠나지 않고도 양질의 교육을 받고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치단체와 도민들은 제주대 발전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례로 로스쿨 평가에선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중요한데, 지사 재임 시절 파격적으로 지원한 것을 중앙정부가 인정해 제주대 로스쿨이 크게 성장했다.”

김 전 지사는 “대학은 지역사회의 공적자원이자 중축동력으로서 지역이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해 지역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며 제주대의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글로컬 시대의 세계적 학문과 기술을 도입하려면 문호를 활짝 열고 혁신하는 명품대학이 돼야 한다. 기득권과 연고주의에서 벗어나자. 대학의 대내외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다. 변방의 섬 제주가 국제자유도시와 특별자치도를 통해 세계와의 경쟁을 선언했듯 제주대도 지방대학을 넘어 아시아 명문대학들과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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