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팔아야? 삼성전자, 코카콜라 마케팅 담당 슝커 영입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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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코카콜라 본사에서 10년 넘게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해 온 피오 슝커(Pio Schunker) 씨를 2년 전 무선사업부 글로벌 통합마케팅 캠페인 담당 전무로 영입했다. 삼성전자의 기업 철학을 세계 시장에 가장 효과적으로 노출시킬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7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미국 뉴욕 마케팅센터인 ‘삼성 837’에서 만난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그 동안 글로벌 고객사나 협력업체들을 만날 때마다 ‘삼성은 브랜드 퍼스털리티가 대체 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했다. 최대 경쟁사 애플은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제품 철학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회사 규모만 컸지, 기업으로서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이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이 부사장은 “이 같은 외부 목소리를 계기로 3년 여 전부터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진지한 내부 성찰을 시작했고, 슝커 전무의 영입을 계기로 본격적인 브랜드 체계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슝커 전무는 “‘브랜드 만들기(Brand building)’는 통상 3~5년 정도 걸리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뿐 아니라 요즘 잘 나간다는 혁신적인 기업들마다 브랜드 정체성 찾기에 투자하는 이유는, 새로운 밀레니얼 세대에겐 단순히 회사가 파는 제품만 얘기하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감정’을 파는 시대에 맞춰 기업이 추구하는 철학을 소비자들과 공유하는 게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한계를 뛰어넘어 의미 있는 혁신을 만들어간다.’ 삼성전자가 사내외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정리한 브랜드 메니페스토다. 기존의 ‘기술 혁신에만 강한 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브랜드로 바뀌는 게 첫 목표다. 특히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랑받는 ‘인간 중심’의 브랜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발걸음이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한 기업 이미지 광고였다. 광고 영상은 세계 최초 MP3부터 첫 패블릿 제품인 ‘갤럭시 노트’, 스마트워치 등 지난 10여 년에 걸쳐 무선사업부가 내놨던 제품들과 그 속에 담긴 철학을 담았다. 그 동안 회사 철학을 내부적으로만 공유했던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생각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첫 움직임이다.

브랜드 체계화 작업은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 이후 브랜드 재건 작업과도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이 부사장은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회사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마음고생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브랜드 신뢰도도 많이 떨어졌고 외부에서도 걱정들을 많이 하는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이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와의 일대일 접촉을 늘려나가 소비자들에게 더 찰싹 달라붙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섬세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뉴욕에서 운영 중인 삼성837도 삼성전자의 달라진 브랜드 관리 전략을 반영했다. 제품 전시장인 동시에 요리, 패션, 음악, 스포츠, 예술 등과 엮은 다양한 이벤트 및 전시가 이뤄지는 이른바 ‘디지털 놀이터’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이래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45만 명을 넘어섰다. 매일 평균 1200여 명씩, 주말에는 1700명이 넘게 찾는다.

뉴욕=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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