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츠 효과’ 아직은… 메르켈과 1차전 패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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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를란트 선거 29.6% 득표 그쳐… 獨언론 “유권자들 좌파연정에 반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힘은 건재했다.

26일 열린 독일 자를란트 주 의회 선거에서 메르켈이 소속된 여당 기독민주당(기민당·CDU)이 40.7%를 얻어 29.6%에 그친 사회민주당(사민당·SPD)에 크게 앞섰다.

독일에서 가장 작은 주인 인구 100만 명의 자를란트 선거에 유럽의 관심이 집중됐던 건 바로 9월 총선에서 맞붙을 메르켈 총리와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의 전초전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1월 슐츠가 유럽의회 의장 임기를 마치고 독일로 돌아온 이후 각종 지지율에서 메르켈과 엎치락뒤치락했다. 그의 득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슐츠 효과’의 위력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슐츠는 “3월 자를란트 선거 승리를 9월 총선 승리까지 이어가겠다”며 총력전을 펼쳤고, 1월 12%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정당 지지율 격차가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1%포인트 차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61.6%였던 5년 전 투표율은 이번엔 69.7%까지 치솟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기민당의 압승. 기민당은 5년 전보다 5.5%포인트를 더 얻었고 사민당은 1%포인트 빠졌다.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는 “슐츠의 기적은 힘에 부쳤다”며 “게다가 (좌파와 좌파의 연대인) ‘적적(赤赤)’ 연정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이 컸다”고 전했다. 좌파 색채가 강한 공약을 내건 슐츠는 성향이 비슷한 좌파당·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비쳐 왔다. 그러나 이번 자를란트 선거에서 좌파당은 5년 전보다 득표가 줄었고 녹색당은 의석 배분 최소 득표율인 5%에 못 미쳐 원내 재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메르켈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번 선거는 기민당의 ‘미니 메르켈’로 불리는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자를란트 주 정부 총리의 높은 호감도가 한몫했다는 평이 많다. 슐츠는 독일 공영방송 ZDF 인터뷰에서 “축구 경기로 치면 1-0으로 지고 있지만 아직 적어도 90분이 더 남아있다”며 역전극을 자신했다. 9월 총선을 앞두고 5월 7일 열리는 인구 290만 명의 슐레스비히홀슈타인, 5월 14일 있을 인구 1800만 명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의회 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슐츠#메르켈#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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