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오페라 발음 너무 어려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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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연습 현장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보리스 고두노프’ 딕션(발음) 코칭 수업. 테너 신상근(왼쪽)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가운데)가 이리나 소볼레바 오페라·딕션 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보리스 고두노프’ 딕션(발음) 코칭 수업. 테너 신상근(왼쪽)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가운데)가 이리나 소볼레바 오페라·딕션 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돈키호테,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발레 작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러시아 발레’라는 것. 그렇다면 러시아 오페라는 어떨까? 금세 이름을 대기는 쉽지 않다.

국립오페라단은 4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러시아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를 무대에 올린다. 국내 오페라단 제작으로는 처음이다. 앞서 1989년 러시아 볼쇼이 오페라단의 내한 무대가 국내에서 선보였던 유일한 러시아 오페라였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러시아 오페라를 보기가 쉽지 않다. 24일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이리나 소볼레바 오페라·딕션(발음) 코치와 함께 연습 중이던 테너 신상근,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베이스 김대영도 러시아 오페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발음’을 가장 어려운 것으로 꼽았다. 신상근은 “독일,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노래에 자음이 많이 사용된다. 프레이징 처리도 어렵고 입술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송미는 “라틴어 어원의 오페라는 단어만 봐도 뜻을 추리하기 쉽다. 하지만 러시아어는 단어 자체를 모르니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과 문법책을 찾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이 여타 오페라보다 3배 이상 소요된다. 외국 오페라단도 러시아 오페라는 두세 시즌에 한 번 정도만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접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러시아 오페라는 러시아인들이 주로 한다. 김대영은 “오페라 출연을 위해 일부러 러시아로 가서 러시아어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1월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어 딕션 강의를 진행한 러시아 교육문화센터 뿌쉬낀하우스의 승주연 강사는 “첫 수업 때 성악가들의 표정이 굳어질 정도였다. 영어 등 외국어를 잘하는 성악가들도 러시아어는 굉장히 어려워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오페라보다 어렵지만 성악가들은 러시아 오페라만의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송미는 “언어 문제만 해결되면 재미있는 오페라다. 발성 측면에서 다른 오페라는 내가 가진 능력의 50%만 쓸 수 있는 데 비해 러시아 오페라는 80% 이상을 발휘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김대영은 “분위기가 어둡지만 확실히 정열적인 면이 있고 음악적으로 깊이가 있다”고 밝혔다.

소볼레바 코치는 “한국뿐 아니라 외국 성악가들도 처음에는 러시아 오페라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한번 공연을 치르고 나면 러시아 오페라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길게 남는 여운에 빠지는 성악가와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러시아 오페라#보리스 고두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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