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현 “다시 한번 멜로… 젊은층 흥미 이끌 새로운 틀 고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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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개봉 20주년 장윤현 감독

장윤현 감독은 “새로운 표현법, 신선한 스타일의 멜로 영화가 나와야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장윤현 감독은 “새로운 표현법, 신선한 스타일의 멜로 영화가 나와야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벌써 20년이 됐네요. 요즘은 사랑 얘기가 여러 장르에 조금씩 ‘고춧가루’ 양념처럼 들어가고 마는 수준인 것 같아요.”

장윤현 감독(50)은 1997년 신세대 관객들의 공감대를 이끈 새로운 소재와 음악, 영상미를 두루 갖춘 영화 ‘접속’으로 혜성처럼 데뷔하며 주목받았다.

최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당시 한국에 없던 새로운 멜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처음 시나리오를 본 사람들이 ‘이건 멜로가 아니라 예술영화다’ ‘남녀 주인공이 떨어져 만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만나는 영화가 말이 되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겨울나그네’ 같은 이전의 멜로는 ‘스토리’ 중심의 영화예요. 주인공들의 기구하고 비극적인 운명 같은…. 접속은 영화 전반의 ‘감성’이 강조되는 영화였다고나 할까요.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익숙한 틀을 쓰되 스토리에만 얽매이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돌이켜보니 그게 흥행 비결 같아요.”

멜로 부흥기를 이끈 감독답게 최근 극장가의 ‘멜로 실종’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연애 감정이라는 게 대단히 소극적이에요. 사실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면 비극적이기도 한 일이죠. 이런 현실을 담되, 젊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새로운 틀을 고민해야 다시금 멜로가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게 참 어렵죠.”

감독은 멜로가 여러 영화 장르 중 감독들에겐 유난히 까다롭다고 했다. 멜로는 눈을 잡아끄는 시각적 기술이나 테크닉적 측면보다 여전히 감독의 창의성에 의존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한국 영화 제작 과정에선 시나리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만큼 감성 멜로나 이미지 중심의 멜로는 제작 기회를 얻기부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기획자가 아무리 대본을 잘 읽어도 투자자를 설득하고, 배우를 끌어들이기까지의 과정이 다른 장르보다 힘든 게 현실이다.

장 감독도 ‘접속’이후 스릴러 장르인 ‘텔미 섬딩’(1999년), ‘가비’(2012년) 등 멜로와는 거리가 먼 영화를 주로 연출해왔다. 그러나 그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접속 그 후’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서너 달 고민했는데, 어떻게 스토리를 꾸며야 할지 아직 답이 안 나오네요.(웃음) 부모와 자녀, 두 세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멜로드라마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또다시 멜로 부흥기를 꿈꾸면서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멜로영화#접속#장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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