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창업 마중물, 160억 펀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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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창업 활성화 방안 마련… 교원 재임용 평가에 실적 반영
대학선 “성공률 낮아 독려 쉽지 않아”… 업계 “취업 위한 스펙쌓기 전락 우려”

대학생이 대출 등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학창업펀드가 조성된다.

교육부는 27일 대학생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160억 원 규모의 대학창업펀드를 새로 만드는 내용을 담은 ‘대학발 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혁신형 창업프로그램과 창업을 독려하는 학사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학 창업 실적을 교원 재임용 평가에 반영하고, 기술 중심 창업이 기대되는 KAIST 등 과학기술원 총장 임용 시에는 성과계약서에 ‘창업활성화’를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창업이 성공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고용 및 경제가치 창출의 큰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대학과 학생들에게 정부 주도의 창업 드라이브를 거는 것을 마뜩잖아 하는 분위기다.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취업 및 창업 담당자는 “대학생 창업의 성공률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창업을 독려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용 절벽 상황을 창업 수치로 무마하려는 것이고 무책임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년째 대학가 창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창업의 질적 수준은 높지 않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지난해 국내 대학의 창업 현황을 보면 250개 국내 대학에서 창업된 기업 수는 총 782개로 학생 959명이 참여했다. 이 기업들에는 약 65억 원의 교비와 365억 원의 정부지원금 등 총 430억 원이 지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매출은 83억 원 수준에 그쳤다.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 투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완전히 실패한 투자”라며 “길어야 3, 4년의 학부 생활을 한 대학생 아마추어들에게 창업을 하라며 돈을 주는 것 자체가 실패하라고 주는 돈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학가 창업이 모럴해저드에 빠져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풍부한 도전 기회를 주려다 보니 질적 관리엔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안정만 추구하는 대학생들의 취·창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창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대학에서만이라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한 창업에 도전했으면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질 높은 실패’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대학창업#펀드#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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