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사장’ 15년만에 최대폭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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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13만명 늘어 395만명… 자영업자 절반 月매출 383만원 미만


올해 1월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창업한 허모 씨(32)는 ‘나 홀로 사장’이다. 허 씨는 전시장에서 손님들을 맞으면서 주문, 배송은 물론이고 블로그도 직접 관리한다. 매월 임차료로 200만 원씩 나가는 걸 생각하면 도저히 월급을 주면서 종업원을 고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허 씨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끌어 모아 2억 원이나 대출을 받았는데 직원을 채용하면 대출 이자를 내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허 씨처럼 혼자서 사업을 꾸려가는 1인 자영업자가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통계청의 2월 취업자 통계를 보면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수는 395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7000명 늘었다. 2002년 3월(16만8000명)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올해 2월 전체 자영업자 수도 1년 전보다 21만3000명 늘어난 552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2003년 4월(22만 명) 이후 14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컸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재취업이 힘든 희망퇴직자들이 영세 자영업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자영업자 대부분이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연매출 4600만 원 미만인 자영업자 비중은 51.8%로 집계됐다.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월 매출 383만 원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임차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소득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 원으로 2015년 말(422조5000억 원)보다 13.7%(57조7000억 원) 급증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직장인 신용대출 규제 등을 강화한 이후 은행들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영업자들의 대출 관리와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나홀로 사장#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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