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공약 알고 찍자” 적극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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商議, 대선후보별 공약 정리해 발송… 각 정당에 ‘제언문’ 전달 이어 정책 드라이브


국내 대표 경제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제대로 된 경제 대통령’을 뽑겠다고 나섰다. 주요 후보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공약을 매일 회원사들에 알려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정책 선거’ 분위기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대한상의의 이런 움직임은 과거에는 없었다.

대한상의는 27일 회원사에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인 ‘대한상의 인포’를 통해 ‘제19대 대선 후보 공약 미리보기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날 첫 주제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5개 정당 대선 후보의 일자리 정책 구상을 소개했다.

대한상의는 일자리 창출 해법에서 대선 후보의 공약을 크게 ‘정부 역할 강화론’과 ‘시장 기능 활성화론’으로 구분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행정 수요가 많은 부문의 공무원을 더 많이 채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정부 역할 강화론’을 펴는 것으로 분류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시장 기능 활성화론’을 펴는 후보로 구분됐다.

대한상의는 과거 대선 때는 당별로 확정 후보를 초청해 강연 형식으로 경제 구상을 들었다. 이번처럼 대선 주자의 공약을 비교 정리해 회원사와 공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데 기업이 정책 정보를 얻을 시간이 별로 없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한편 회원사의 의견도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대선이 급박하게 치러지면서 자칫 신중한 고민 없이 수립된 공약이 차기 정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상의 회장단이 23일 국회를 찾아 5개 정당 대표에게 ‘제19대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당시 “공약은 정책화 과정을 거치면서 나라 살림과 국민의 삶을 결정한다”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명선거 회의… 黃대행 “가짜뉴스 대책반 운영”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명선거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가짜뉴스는 폐해가 큰 선거 범죄이므로 전담대책반 
운영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명선거 회의… 黃대행 “가짜뉴스 대책반 운영”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명선거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은 “가짜뉴스는 폐해가 큰 선거 범죄이므로 전담대책반 운영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한상의의 이번 시도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대한상의는 국내 대·중·소기업 약 17만 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전국 72개 지역상공회의소는 각 지역 경제계의 목소리를 집약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대한상의의 공약 미리보기 시리즈는 매일 오전 9시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을 통해 회원사에 전달된다. 정보서비스 수신 등록 인원은 문자와 카톡에 대해 27일 기준 각각 700여 명이다. 지역상의에서 1차로 정보를 받아 해당 지역 회원사에 전달하는 경우도 많아 공약 미리보기 시리즈는 대부분의 회원사가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는 27일에 이어 매일 노동 대기업 조세 복지 정부조직 등에 대한 정책 공약을 차례로 연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 최저임금,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상법, 법인세, 육아휴직, 4차 산업혁명 등 경제 공약 전반을 정리해 기업들에 알린다는 구상이다.

기업은 경제 단체가 공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전달하자 반색하고 있다. 대선 공약은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5대 그룹 관계자는 “대기업 규제 등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미리 검토하고 파악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회원사들로부터 공약과 관련한 피드백도 받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단체의 공개적인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가 음성적으로 민원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정책 수립의 파트너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고받는 채널이 열려 있어야 기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민간에서의 경제 어젠다 주도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한상의 같은 경제 단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공약#경제계#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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