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정확도 23.94%, 흥국생명 한지현의 혹독한 성장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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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리베로 한지현의 리시브 안정성에 따라 V리그 여자부 챔피언의 향방이 좌우될 상황이다.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리베로 한지현의 리시브 안정성에 따라 V리그 여자부 챔피언의 향방이 좌우될 상황이다. 스포츠동아DB
V리그 챔피언결정전은 5전3선승제의 단기전이다. 단기전은 ‘멘탈(정신력) 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기술보다 정신적인 면이 많이 작용한다. 지도자들이 “큰 경기를 뛰어본 경험이 많은 선수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리시브와 디그 하나하나에 흐름이 뒤바뀌는 챔프전의 특성상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리베로의 부담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데뷔 후 처음 챔프전 무대를 밟은 흥국생명 주전 리베로 한지현(23)이 혹독한 성장통에 시달리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한지현은 올 정규시즌 흥국생명의 주전 리베로로 뛰며 세트당 2.556리시브(6위)·5.354디그(5위)를 기록했다. 팀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라는 우려를 스스로 지우며 가치를 높였다. 흥국생명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데는 몸을 사리지 않은 한지현의 수비가 크게 작용했다. 리시브가 다소 불안했지만, 이 문제는 레프트 이재영과 신연경이 해결했다.

그러나 챔프전에선 상황이 다르다. 한지현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8%의 리시브를 책임졌지만, 정확도는 23.94%에 불과하다. 정규시즌 40.83%였던 리시브정확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71차례 상대 서브 중 23개를 정확히 받아냈지만, 리시브 범실로 서브득점 6개를 헌납했다. 26일 챔프전 2차전에선 승부의 분수령이던 2세트(32-34 패배)에만 3개의 서브득점을 헌납하는 등 리시브정확도가 단 10%에 그쳤다.

흥국생명 한지현. 사진제공|흥국생명
흥국생명 한지현. 사진제공|흥국생명

한지현은 데뷔 첫 포스트시즌 무대였던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잠깐 코트를 밟은 것 외에 큰 경기 경험이 전무하다. 그러다보니 챔프전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과 차원이 다를 터. “한지현은 경기 도중 교체됐을 때 누구보다 힘들어한다. 그만큼 잘하고 싶은 열망이 큰 선수다”는 것이 흥국생명 구단관계자의 전언. 평소에는 밝은 성격이지만, 코트에만 들어서면 ‘파이터’로 변하는 한지현으로선 결정적인 순간 저지른 리시브 범실로 팀이 패한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터다.

시리즈 전적은 1승1패.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여전히 한지현을 믿고 있다. 세터 출신으로 이단연결 능력까지 갖춘 데다 누구보다 승리를 갈망하는 선수라 ‘무형의 가치’도 크다. 정규시즌을 통해 주전 리베로로 손색없는 활약을 보여줬으니 챔프전에서도 믿고 쓰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한지현의 성장통은 흥국생명이 확실한 주전 리베로를 만드는 과정 중 하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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