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 “음식점 흡연 금지하면 손님 줄어든다고? 미국선 오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2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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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흡연을 금지하면 손님이 줄어든다고요? 미국에선 오히려 매출이 늘었습니다.”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금연정책의 평가와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미국 일리노이대학 경제학과 프랭크 찰룹카 교수(55)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찰룹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월 발간한 ‘담배와 담배 규제의 경제학’ 보고서의 총괄 책임자로, 금연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30년간 연구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찰룹카 교수는 음식점·주점 금연구역 지정 정책을 실시한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금연 정책이 소상공인을 억압한다’는 담배 회사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선 금연구역을 도입한 지역의 음식점 매출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16% 높았고, 뉴질랜드에선 술집의 종업원 채용이 오히려 24%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엔 담배 연기 탓에 음식점을 찾지 않던 비흡연자의 방문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추세는 국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노진원 을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가 2012~2015년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의 자료를 토대로 서울 강남·강서·중구 음식점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5년 1월 음식점 내 흡연이 전면 금지된 이후에도 매출액은 큰 변동이 없었다.


금연 정책 때문에 담배 산업 종사자의 일자리가 줄고 경제가 위축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작심한 듯 반박했다. 담배를 끊은 소비자들이 같은 돈을 다른 공산품, 식료품 구매에 사용하면서 오히려 사회 전체적인 고용 규모는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담배 공장에서 실업자가 발생한 이유도 담배회사가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고용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찰룹카 교수는 미국에서 청소년 흡연·중독 예방 재단 ‘임팩틴’을 이끌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교수(1930~2014) 아래에서 수학하던 중 1970~1980년대 미국 내 담뱃값 인하가 청소년 흡연률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금연 정책 연구에 뛰어들었다. 찰룹카 교수는 “경제 정책이 흡연률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리는 게 중요한 역할로 생각하고 관련 연구에 몰두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동석한 조성일 대한금연학회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금연 정책을 기차에 비유하면 담뱃세 인상은 강력한 추진력을 내는 기관차에 해당한다”며 “다른 비가격적 정책들이 객차처럼 뒤따르면서 5년 안에 흡연 억제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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