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천 “문고리 3인방 모두 구속돼야…비리 추가 공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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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27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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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화면
사진=JTBC 방송화면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경정)이 ‘십상시’ 문건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 전 경정은 26일 방송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3년 가까운 침묵을 깨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다.

박 전 경정은 “처음엔 비선실세에 대해 잘 몰랐다”며 “(정윤회 문건 속)‘십상시’라는 표현도 비선 주변에서 떠돌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십상시’가 측근이지만 결국 한나라의 패국을 가져온 나쁜 사례 아닌가. 그런데 내가 겁도 없이 그대로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십상시 모임’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67)씨가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에 속한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자주 만나 국정을 논한 일을 가리킨 표현이다.

박 전 경정은 “김기춘 실장 교체설 때문에 십상시 문서가 만들어졌는데, 그 문건 속에는 ‘권력순위 1위는 최순실’ ‘박지만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를 가깝게 하지마라’ ‘김기춘을 2014년 초중반에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이정현 홍보수석 역시 경질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며 “그 문건 내용 중 ‘김기춘 비서실장이 곧 교체된다’는 것만 빼고 모두 맞았다”고 말했다.

이 문건에는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박 전 경정은 “정윤회 씨도 문제가 있지만 나는 앞으로 더 큰 문제가 최순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모임에서 자기들끼리의 농담인지는 모르지만 ‘최순실 씨가 최고고 정윤회, 그 다음이 박근혜 대통령이다’라고 했다”며 “친분 있는 고위 공직자에게 ‘최순실 씨가 가장 힘이 강하고 대통령이 최순실로부터 많은 의견을 받고 반영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경정은 해당 문건을 작성해 보고한 뒤 ‘좌천 인사’라는 불이익을 당했다. 그는 문건 작성 후 갑자기 서울경찰청 정보부서로 인사 발령이 났다가 이틀 후에 발령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인사과로 발령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또 취소됐고, 이후 서울의 한 경찰서로 보내졌다.

박 전 경정은 “알아봤는데 누가 그러더라. 당신이 쓰지 말아야 할 보고서를 썼다고 하더라. 김 전 실장이 지시했다고 하더라. ‘박관천이는 문건을 다루는 자리에 가서는 안 된다. 좋은 자리도 배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렇게 국민들 가슴을 아프게 하는 국정 운영에 안 좋은 사태가 일어난 것에 한때 대통령을 모시고 근무한 것에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라도 왜 이런 사태까지 왔는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처자식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자고 위안 삼았다”고 설명했다.

또 “문고리 3인방 중 구속된 정호성 말고도 이재만과 안봉근을 구속해야 한다”면서 “당시 이들의 위세는 김기춘조차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들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가 가진 그들의) 감춰진 비리를 공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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