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예품대전 대통령상 작품도 ‘代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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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수상한 칠기그릇-컵
檢 “무형문화재 스승의 나전문양, 제자가 마무리 옻칠 작업뒤 출품”
제자 “나전은 장식… 문제없어” 주장

2015년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향의 여운’(위쪽). 1년 앞서 다른 대회에 출품된 ‘나전 갈대문양 접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아일보DB
2015년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향의 여운’(위쪽). 1년 앞서 다른 대회에 출품된 ‘나전 갈대문양 접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아일보DB
국내 최고 권위의 공예품 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에 대해 검찰이 “남이 만든 작품에다 마무리 손질만 했다”며 작가를 기소해 대작(代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장본인은 2015년 제45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유모 씨(30)와 그의 스승인 전북 무형문화재 옻칠장 박모 씨(54)다.

전주지검 남원지청(지청장 김영기)은 스승 박 씨가 기초 작업을 한 뒤 건넨 작품을 받아 옻칠만 한 뒤 공예전에 출품해 상을 받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유 씨를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박 씨는 같은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수상작은 작품명 ‘향의 여운’이라는 목칠(나무 칠기) 공예품으로 그릇과 컵으로 구성됐다. 접시는 은행나무를 직경 40cm 크기로 가공해 갈대 문양의 나전 작업을 거쳐 옻칠로 마무리됐다. 컵 안에는 향료를 먹인 한지 꽃을 담았다. 유 씨는 상금으로 17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주최 측이 제시한 ‘출품자가 직접 제작한 제품일 것’이라는 심사 기준을 유 씨가 어긴 것으로 결론 내렸다. 유 씨는 나전이 끝난 작품을 스승에게서 받아 마무리 단계인 옻칠 작업을 해 완성했지만, 수상 뒤 실사 과정에서는 심사위원에게 자신이 나전 작업을 한 것처럼 시연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심사위원은 이를 보고 “제작 과정의 특성상 많은 경험과 장인정신이 요구되는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심사기준인 ‘국내외에서 이미 전시된 작품의 모방품이 아닐 것’이라는 부분도 어겼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향의 여운’이 2014년 제13회 원주시 한국옻칠공예대전에 출품됐던 ‘나전 갈대문양 접시’와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것. 이 작품은 박 씨의 다른 제자 장모 씨가 제작했다. 그러나 유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래 나전 작업과 옻칠은 분업 형태”라며 “‘향의 여운’에서 나전은 장식 정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갈대 문양은 같은 스승에게서 배운 것으로 무형문화재 전승 특성상 당연하다”고 말했다.

공예가들 사이에서는 “곪았던 문제가 터졌다”는 말이 나온다. 공동 작업자의 이름을 누락하거나 심지어 완성된 작품을 구입해 자신의 이름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 것. 2015년 주최 측에 이런 문제 제기를 했던 공예가 김상실 씨는 “이 같은 관행 때문에 40∼50년 작품을 해도 ‘끈 없는 사람’은 상을 못 받는다”고 주장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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