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권리 찾자” 입법 나선 청년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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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시장서 슈퍼을 신세 그만”
실무평가 빌미 영업강요 금지… 불합격자 통보 의무화 등 담아
법안 초안 국회사이트 올려 큰 호응

구직 활동을 하다 겪은 경험을 담아 ‘취업준비생보호법안’을 만든 김대영 씨(오른쪽)와 동료들. 김대영 씨 제공
구직 활동을 하다 겪은 경험을 담아 ‘취업준비생보호법안’을 만든 김대영 씨(오른쪽)와 동료들. 김대영 씨 제공
“취업준비생은 구직시장에서 항상 ‘슈퍼을(乙)’이잖아요.”

취업준비생 김대영 씨(26)는 지난해부터 입사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그때마다 김 씨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5월 최종면접까지 올랐던 모 기업 채용 과정에서 김 씨는 불합격했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공식 발표 전에 불합격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합격자에게는 발표 일주일 전에 통보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이 나빴다. 같이 준비했던 다른 회사의 면접 준비도 못 한 채, 발표가 날 때까지 일주일을 불안한 마음으로 날린 셈이었다. 친구들 역시 비슷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김 씨는 올해 초 비슷한 처지의 20, 30대 취준생들과 슈퍼을 취준생 보호법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들은 직접 겪은 ‘부당한 처사’를 소개하며 토론을 거듭했다. 지원할 기업은 대략적 초임 연봉도 알려주지 않았고, 정규직 채용을 미끼로 계약직 혹은 인턴을 강요했다는 등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를 토대로 이달 초 ‘취업준비생보호법안’ 초안을 만들었다. 채용 과정에서 실무평가를 빌미로 영업행위 강요 또는 영업이윤 편취의 금지, 과도한 실무평가 기간 제한, 불합격자 통보 의무화, 채용 시 연봉정보 공개 및 면접과정 녹음(인신공격성 질문, 성희롱 예방)의 5개 주요 조항이 들어갔다.

김 씨와 함께 법안을 만든 이동수 씨(29)는 “사회적 문제가 된 기업의 갑(甲)질도 법안 마련에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2014년 12월 A소셜커머스업체는 지역영업기획자(MD) 채용 시 실무능력 측정을 이유로 수습사원 11명에게 2주간 사실상 영업을 강요했다. 비슷한 시기 B생명보험업체는 종합재무설계 전문가 양성을 위한 인턴 모집 공고를 냈지만 실제로는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사를 뽑았다. 김 씨 등은 취준생 권익은 취준생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취준생보호법안 초안에 대한 청년 구직자의 호응은 뜨거웠다. 국회가 만든 온라인 법안 발의 사이트인 ‘국회톡톡’에서 1주일 만에 500명이 넘게 찬성을 뜻하는 ‘참여’를 눌렀다. 국회톡톡은 시민이 직접 만들어 사이트에 올린 ‘법안’에 1000명 이상이 찬성하면 국회의원실과 연계해 발의까지 논의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취준생보호법안 초안이 실제로 발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수백 명이 열광하는 것만으로도 청년 세대가 구직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는지 보여주지 않느냐”며 “국회도 이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취준생#구직#취업준비생보호#법안#김대영#이동수#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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