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1호’ 포기한 트럼프 “도대체 누구 책임이냐”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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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초부터 국정운영 잇달아 혼선
공화당 소속 일부의원들도 반기… ‘트럼프케어’ 하원 표결직전 철회
‘국경세 신설’ 세제개편에 집중… EU 등 반발로 순항할지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공약 1호로 내걸었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폐기에 실패하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었다. 대체 법안인 ‘트럼프케어’(AHCA·American Health Care Act·미건강보험법)의 하원 표결을 상정하려다 민주당은 물론 친정인 공화당 일각의 반대에 부닥쳐 전격 철회한 것이다. 공직 경험이 없는 역사상 첫 미국 대통령인 그는 임기 초반부터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에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 연기,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법원 시행 중단 판결 등에 시달려 왔으며 이번에 결정타를 맞은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하원 표결 직전에 트럼프케어 철회를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평소 ‘가짜 뉴스’를 낸다고 비판해 온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철회 결정을 직접 밝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공화당 내 반대파 설득에 실패해 법안 통과에 필요한 하원 과반(216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고한 직후였다. 공화당은 하원 430석(전체 435석 중 5석 공석) 중 과반이 넘는 237석을 갖고 있어 트럼프케어 표결을 앞두고 최소 22석의 이탈 표가 발생한 것이다.

트럼프케어는 오바마케어 조항 중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개인과 고용주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전 국민 의무 가입’ 규정을 폐지하는 게 핵심. 하지만 ‘프리덤 코커스’ 등 당내 강경파는 “의무 조항만 뺀 게 오바마케어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고, 중도 성향인 당내 ‘화요 모임’ 소속 의원들은 무보험자 증가를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25일 트위터에 “오바마케어는 곧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케어 좌초 직후 참모들에게 “도대체 누구 책임이냐”고 묻는 등 실망감과 분노를 드러냈다고 NYT가 보도했다. 1차적으론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주무장관인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에게 책임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선 실세’로 통했으나 정작 취임 후엔 존재감이 약해진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도 역정을 냈다고 한다.

오바마케어를 폐기해 명실상부한 트럼프 시대의 시작을 알리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시선을 세제 개편이라는 ‘플랜 B’로 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 표결 철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제 내가 항상 좋아해 온 세제 개혁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며 세제 개혁으로 흐트러진 국정 운영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개혁안의 핵심은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에 대해선 면세 혜택을 주는 ‘국경세’를 신설하는 것. 트럼프 정부는 국경세로 1조 달러(약 1122조50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해 법인세 인하로 생기는 세수 감소를 상쇄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을 주축으로 한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은 국경세 도입에 대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준비하고 있고, 의회 일각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미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애덤 시프가 25일 “트럼프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면 북한이 핵 공격을 준비한다고 해도 미국 시민은 물론 동맹국이 믿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민주당의 트럼프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국정운영#오바마케어#공약#트럼프#폐지#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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