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리더십]CEO는 듣기좋은 말속에 갇힌 누에고치… 거품을 걷어내야 혁신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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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딜레마 탈출법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면 자신이 이끄는 조직에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막중한 권한과 특별한 위치 탓에 오히려 CEO 자신은 임박한 위기나 기회를 인지하지 못하고 고립될 수도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코리아 3월호에 실린 기고문에서 할 그레거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CEO는 이렇게 권한이 많아 추앙받는 위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레거센 교수의 기고문을 요약해 소개한다.

인도의 대표 정보통신(IT) 기업 인포시스의 공동 창업자인 난단 닐레카니는 “경영자들은 스스로를 좋은 소식들로 가득한 누에고치 속에 가둘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이 ‘아무 문제 없이 모든 일이 잘되고 있다’고 말한 바로 다음 날 모든 것이 잘못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CEO의 권한과 위치 때문에 생긴 ‘CEO 버블’을 기업 내부에서 뚫지 못할 정도라면 조직 외부에서 발생하는 시그널이 이 버블을 통과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저스는 “집무실에 갇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이를 벗어날 방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하는 리더들은 이처럼 아주 이례적인 상황을 의도적으로 찾으려고 한다. 즉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는 모험을 감행하며, 그 과정 속에서 도전적인 질문들을 발견한다.

예상치 못한 위험과 관련해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일(unknown unknowns)’은 대개 통찰력 있는 질문을 통해 밝혀낼 수 있다. 인터넷 환경이 전 세계 경제를 재편함에 따라 GE의 경영진은 100년 넘게 생산에만 집중해 온 회사가 어떻게 하면 디지털 스타트업 시대에 어울리는 사업들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GE에는 ‘자기 성찰의 순간’에 필요한 근본적인 질문을 권장하는 기업문화가 있었고 그 덕에 제프 이멜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창의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러한 통찰력을 갖추기 위한 출발점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자기 자신이 접근 가능한 사람임을 강조하며 △CEO 본인이 아닌 상대방이 발언을 할 수 있게 장려하는 일이다. 미국의 온라인 증권 거래 업체 찰스 슈와브의 CEO 월트 베팅거는 이를 위해 직원과 애널리스트, 고객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만약 당신이 제 자리에 있다면 어떤 일에 집중하겠는가”라고 묻는다. 슈와브는 이와 더불어 본사 사무실을 벗어나 현장을 수시로 방문했다. 또 자신의 가장 큰 과제는 ‘고립 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그들의 도움을 청했다. 또 중간관리자들이 정보를 숨기거나 좋은 말로 포장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망가진 부분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포함해 관찰해야 할 5가지 분야를 제시했다. 또 이 분야에 대해 ‘잔인하리만치 솔직한 보고서’를 한 달에 두 번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CEO만의 문제는 아니다. 관리자들은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진실’에서 멀어질 위험이 점점 높아진다.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 SAP의 CEO 빌 맷더멋의 조언처럼 조직의 최상층에서 가장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올바른 질문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이들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ceo#리더십#딜레마#기업#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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