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환익 한전 사장 “10년뒤 한전, 빅데이터로 먹고사는 회사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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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연임 성공 조환익 사장
“3조6000억개 데이터가 큰 자산… 에너지솔루션 플랫폼 만들어 수출… 이젠 작고 빠른 물고기가 사는 시대… 분사-소사장제 등 조직변화 주도”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한전에서 세 번째 임기를 맞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한전에서 세 번째 임기를 맞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전기만 파는 회사로 남지 않겠습니다. 10년 후에는 3조6000억 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할 겁니다.”

한국전력공사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연임에 성공한 조환익 사장(67)은 24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우수한 전력설비와 운영기술은 더 이상 한전의 경쟁력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전의 미래 먹거리는 바로 데이터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종 35년인 1898년 설립된 한성전기의 역사를 물려받은 한전은 119년간 전기를 만들어 파는 게 주된 업(業)이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과 겨울에는 ‘제발 우리 제품(전기)을 사지 말라’는 역설적인 마케팅의 선두에 서야 했다. 경제성장률이 연 2%대에 불과한 저성장 시대에 고속 성장을 기반으로 삼아야 하는 전력 판매는 더 이상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게 조 사장의 판단이다.

그가 꼽은 한전의 차세대 성장 동력은 다름 아닌 빅데이터다. 조 사장은 “3조6000억 개에 달하는 한전의 설비·기술·영업·판매·고객 데이터는 어마어마한 자산”이라며 “빅데이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에너지솔루션 플랫폼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전의 무기는 실시간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이를 엮어 소비자가 전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컨설팅해 주겠다는 것이다. 또 발전소의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과거 쥐어짜는 절약으로 전기를 아꼈다면 앞으로는 기술과 효율이 결합된 첨단 방식으로 이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한전의 스마트 전략에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조 사장은 “과거에 한전이 투자했던 전력설비(하드웨어)들은 갈등의 소지가 크고 매몰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송전탑 하나, 발전소 하나를 세울 때마다 온 나라가 갈등의 수렁에 빠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앞으로 한전 그룹에서 제일 중요한 회사는 전력 정보기술(IT) 기업인 한전KDN이 될 것”이라는 게 조 사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을 펼치기 위해 조 사장은 ‘SOS’ 경영을 강조했다. 유연하고(Soft) 개방적(Open)이면서 신속한(Speed)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조 사장은 “과거에는 큰 고기가 작은 고기를 사냥했지만 요즘엔 작고 빠른 물고기가 크고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비유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를 쪼개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것처럼 한전도 분사와 소사장제 등의 변화를 맞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굵직한 사업은 다르다. 대표적인 게 해외 원전사업 진출이다.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는 쾌거를 거뒀지만 이후 별다른 실적이 없다. 조 사장은 “원전사업 진출은 긴 호흡을 갖고 봐야 한다. 지난 7년을 공백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도시바처럼 섣불리 원전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준공은 한전의 전환점이다. 조 사장은 “올해 안에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완공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원전을 잘 짓는다는 확실한 명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런 자신감을 토대로 한전은 최근 영국 원전 컨소시엄 ‘누젠(NuGen)’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조 사장은 “해외 원전 수주는 절대 한전의 힘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국가 정상급 외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은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사장의 재연임을 확정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였던 2012년 12월 대선을 이틀 앞두고 한전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5월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조 사장은 대통령 3명과 임기를 함께하는 초유의 공기업 수장이 된다.

조 사장은 “지난 4년 3개월 동알 솔선수범하며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며 재연임의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말은 빼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늘 정시 출근했고, 주말에는 단 한 번도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던 것 같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빅데이터#조환익#한전#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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