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러닝’ 진화… 데이터 축적이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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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S8 AI비서 ‘빅스비’ 아직 외부 앱엔 응답 못해 초기 서비스 제한적일듯

삼성전자가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공개할 ‘갤럭시S8’(사진)에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첫 자체 인공지능(AI) 비서인 ‘빅스비’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빅스비가 당장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은 일단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스비의 성공은 초기 사용자가 빨리 늘어나 ‘딥 러닝’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갤럭시S8에 들어가는 빅스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내 탑재된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기능들만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제 강남역에서 찍은 사진을 철수에게 문자로 보내줘”라는 지시에는 응답이 가능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전날 촬영된 사진들을 자체 갤러리에서 검색한 뒤 연락처 앱 속의 ‘철수’를 찾아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만약 연락처 앱에 여러 명의 ‘철수’가 존재하면 빅스비는 “어떤 철수를 찾느냐”는 추가 질문도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갤러리 앱에서 원하는 사진을 클릭한 뒤 ‘공유’ 버튼을 누르고 연락처 목록에서 철수를 찾는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것이다. 알람 설정, 진동 및 소리 모드, 전화 걸기 등의 기능들은 모두 빅스비로 조종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 자체 앱이 아닌 외부 앱 및 서비스다. 같은 지시이더라도 “어제 강남역에서 찍은 사진을 철수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줘”는 수행할 수 없다. 빅스비가 아직 카카오톡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에 치즈피자를 주문해줘” 등도 해당 피자업체가 빅스비와 제휴하기 전까지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자체 검색 엔진이 없다. “4월에 여행 가기 좋은 곳은 어디야?”라고 물어도 빅스비는 답을 할 수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빅스비는 검색엔진이나 음성인식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와 외부 서드파티(third party) 앱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사용자마다 이용 패턴과 주 사용 기능이 제각각이다. 처음부터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많은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써서 스마트폰 AI의 반응 정확도를 높이는 등 보다 ‘스마트’하게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아마존의 AI 서비스인 ‘알렉사’도 데이터가 충분히 누적되면서 현재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알렉사 역시 2014년 처음 출시됐을 때는 날씨 예보, 알람 세팅, 쇼핑리스트 관리 등 알렉사의 자체 앱 실행만 가능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200달러짜리 값을 못한다”는 혹평도 나왔다. 결국 시간이 답이었다. 아마존은 알렉사 스킬 키트,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공개 등을 통해 서드파티 참여 문턱을 낮췄다. 이를 통해 지원 서비스들을 늘려 나갔다. 아마존은 ‘알렉사 펀드’를 조성해서 알렉사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 및 제품을 개발하는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의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를 공개해 지원 가능 앱을 꾸준히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로서는 스마트폰, 생활가전, TV 등 수많은 디바이스를 갖고 있다는 게 강점이 될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구글, 아마존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하드웨어 기기 기반의 데이터 확보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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