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투숙하면서 기부한다고?… 도심 속 ‘休와 공유’의 색다른 공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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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카푸치노
소비 줄이고 CSR경영 도입… 이색 ‘공유가치’ 체험
다양하게 설계된 기부플랫폼… 호텔 새 트렌드로 전 세계 주목

이소정 총지배인
이소정 총지배인
‘일단 모객만 하면 된다’는 식의 상업적 논리를 배제하고 국내 최초로 ‘공유가치’를 경영 모토로 내세운 호텔이 있다. 서울 강남 논현동에 있는 호텔카푸치노(대표 배성배)다.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한 어반 라이프스타일 호텔카푸치노는 이윤만 추구하기보다는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 세계 호텔 이용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양한 공유가치 플랫폼을 호텔 곳곳에 배치한 이 호텔은 고객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기부 문화를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E&G(Earn&Giveaway)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카푸치노 공유가치’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고객이 아낀 자원을 고스란히 사회에 되돌려주도록 기획됐다. 레스토랑과 카페, 바 등 호텔이 운영하는 곳곳에서 ‘엔젤 메뉴’를 주문하면 수익금 중 일부를 적립해 호텔이 지원하는 단체인 ‘Water.org’(개발도상국에 식수를 공급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에 기부한다. 각 객실에 비치되어 있는 수건과 비누, 헤어캡 등 여분의 어메니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쿠폰이 지급된다. 이 쿠폰으로 기부를 하거나 카페에서 무료로 음료를 마실 수도 있으며, 이외에도 고객이 버리고 간 의류를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등 곳곳에서 의미 있는 공유가치가 이루어진다.

상업적 논리만 좇는 한국 호텔에선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공유가치를 추구한다고 해서 ‘나눔’을 전면에 내세우면 얼핏 얄팍한 상술로 치부될지 모른다. 하지만 호텔카푸치노의 철학은 ‘공유’에 부합하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나눔과 상생 그 자체로 존재한다.

호텔카푸치노 이소정 총지배인은 “기부문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을 수익 모델에 이색적으로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전 세계 각국에서 오는 이용객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호응하고 있다”며 “한국형 라이프스타일을 재창조한 트렌디한 호텔로 공유 공간에 초점을 맞춰 고객과 소통한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A부터 Z까지 자체 기획, 운영 총괄… 국내 최초 라이프 스타일 호텔


외국 컨설팅 회사의 조력 없이 자체적으로 계획부터 오픈까지 완료해 화제를 모은 호텔카푸치노는 지하 3층 지상 18층 규모로 141개 객실을 구비하고 있다. 호텔 곳곳에서 색다른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다.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바크룸’과 2층 침대가 갖춰진 ‘쿼드룸’을 비롯해, 5개 타입의 모든 객실에는 특별히 제작한 넓은 침대가 있다. 객실마다 재활용 소품을 사용한 인테리어 등 친환경적인 요소를 차용했고, 자연 소재를 사용한 공간 연출은 독특하다는 표현으론 모자라다. 또 한 가지는 편안함. 실용적인 동선과 투숙객을 세심하게 고려한 인테리어는 차 한잔의 여유와 더불어 생각을 정리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한다.

호텔카푸치노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쿨’한 호텔 25곳에 뽑혔을 정도로 서비스와 시설, 기획 의도가 탁월하다. 먹고 즐기는 재미도 있다. 미슐랭 2스타 셰프인 한식당 ‘곶간’의 이종국 씨와 협업한 레스토랑 ‘핫이슈’에서는 2만∼3만 원대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세계 유명 진토닉을 한데 모은 ‘진토네리아’ 역시 수십 종의 진과 다양한 토닉을 구비해 밀레니엄 세대에게 인기다. 호텔카푸치노는 외형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비즈니스호텔이나 부티크호텔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어쩌면 ‘럭셔리’만 추구하는 비즈니스 호텔이 늘어가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자기만의 색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장해 호화로움보다는 친숙하고 효율적인 공간,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며 그 어떤 호텔보다도 개성 있는 노선을 걷는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소유가 아닌 공유를 추구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수많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를 통해 ‘시대의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한 호텔’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기획부터 운영총괄을 하고 있는 이소정 총지배인은 “해외 호텔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호텔을 만들고 싶었다”며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벌써부터 호응해주는 매니아층이 생기고 있어 우리가 꿈꾸는 이국적인 정취를 계속 그려볼 것 이다”라며 한국 호텔시장의 잔잔한 변화를 예고했다.

카푸치노 커피에서 연상되는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처럼 호텔카푸치노에서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안락한 휴식의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색다른 휴식과 더불어 공유의 시간은 덤이니까.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호텔카푸치노#카푸치노#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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