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산업 육성 사업 확대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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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

외식산업은 전국 65만 곳이 넘는 사업체와 함께 전체 고용인구의 10%에 해당하는 190만 명의 국민들이 종사 중인 매우 큰 규모의 산업이다. 그러나 2013년도 자료에 따르면, 창업 대비 폐업률이 무려 90%에 달하는 등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업종이다. 외식업은 가족 경영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폐업은 한 가정의 생존과 직결된다. 그들의 어려움은 누가 해결해 주어야 할까.

외식산업에 대한 진흥의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임에도 이런 사실은 외식산업 종사자들과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외식산업 진흥의 업무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있는 이유는 외식산업이 우리 농업의 발전, 그리고 음식의 재료가 되는 농수축산물 관련 국민 안심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농산물유통공사에서 발행한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외식 업체의 매출액 기준 농수축산물 비용의 비중은 40.6%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대한민국 국민의 점심 식사의 절반, 저녁 식사의 3분의 1이 외식으로 대체되는 등 국민 식생활에 있어 외식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식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 외식산업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외식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같은 직접적 지원보다는 진취적인 ‘국가 푸드 체인(Food Chain)의 구축’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민들이 좋은 먹거리로 구성된 음식을 외식업체에서 소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때 외식업은 더욱 발전하고, 높은 폐업률도 극복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무엇보다도 외식업체가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외식업체들도 언제나 좋은 식재료를 구매하고자 하는 강력한 수요를 가지고 있으나, 산지와의 직접적 네트워크를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식업체들이 다양하고 좋은 식재료를 산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면 외식업-농업 간의 상생협력의 꽃이 피어날 수 있게 된다. 이런 협력의 결과는 좋은 외식 메뉴의 제공을 통한 소비자 후생의 증대로 이어진다. 농업인들 역시 경쟁력 향상과 함께 더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좋은 외식 메뉴 개발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지역 식재료와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는 것은 최근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가장 세련된 메뉴 개발의 원리이다. 전 세계 레스토랑 순위를 선정 발표하는 기관인 OAD (Opinionated About Dining)는 스페인 북부 빌바오에 위치한 식당 아수르멘디(Azurmendi)를 2015년 유럽 최고의 식당으로 선정하였다. 이 식당은 빌바오 인근에 자생하는 콩, 곡물, 채소를 활용한 메뉴들을 꾸준히 개발하여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미식관련 단체들로부터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레스토랑 노마(Noma)는 인근 수십 킬로미터 내의 식재료들로만 메뉴를 만들어 낸다. 전 세계의 많은 미식가들이 이들 식당에서 식사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예약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외식업체들이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 개발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하나의 김치찌개가 아니라 특유의 지역성이 입혀진, 각각 다른 수백 종의 김치찌개를 즐길 수 있고, 수백 종의 갈비, 수백 종의 순대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외식업에서 지역성에 기반한 다양함이란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다.

외식산업이 발전하면 식재료 도소매업, 식품가공산업, 그리고 농수축산업도 함께 발전한다. 그리고 가장 큰 수혜자는 전 국민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적 푸드 체인 구축 노력이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기를 바란다.
#외식산업#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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