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공간 1m 조심조심 옮겨… 세월호 전체 모습 25일 드러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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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사실상 성공]물살 약한 소조기 24일 끝나 속도전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 위에 자리 조정을 마치면서 인양 작업이 마지막 관문에 돌입했다. 반잠수식 선박이 세월호를 떠받치면서 물 위로 올라오면 비로소 선체 전부가 떠오르게 된다. 인양의 두 번째 고비를 넘으면서 사실상 인양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25일 전체 선체 드러난다

침몰 현장에서 남동쪽으로 3km가량 떨어진 반잠수식 선박까지 세월호를 옮기는 일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조류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당초 예상보다 2km가량 더 먼 곳으로 옮겼다. 수면 위 13m까지 떠오른 세월호를 바지선과 묶은 다음 오후 2시쯤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16개의 닻줄을 잘라내는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결국 예상보다 약 3시간 늦어진 오후 4시 55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5대의 예인선은 세월호와 바지선 2척을 신중하게 끌었다. 1시간에 850m씩만 움직였다. 해양수산부 측은 “이동 과정에서 고박이 느슨해지거나 조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느리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예상보다 1시간 30분이나 늦은 오후 8시 30분에야 반잠수식 선박 인근에 닿았다.

한 몸처럼 묶여 있는 세월호와 바지선 2척을 반잠수식 선박에 올려놓는 일은 정밀함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반잠수식 선박은 가장 낮게 잠수해도 수면 아래로 13m까지밖에 내려갈 수 없다. 세월호 선체 중 9m가량은 물에 잠겨 있고 그 아래로 0.9m가량의 리프팅빔이 설치돼 있다. 반잠수식 선박 위에는 높이 2m의 나무받침대가 여러 개 놓여 있다. 이 나무받침대는 목포신항에 도착하면 바퀴식 이동장치가 이용할 장치로, 바퀴식 이동장치가 받침대를 타고 선체를 육상으로 옮기게 된다. 선체와 이 모든 장비가 반잠수식 선박 깊이인 13m 안에 들어가야 한다. 결국 여유 공간 1.1m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중요했다.

세월호 선체 길이가 145m나 되는 것도 작업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반잠수식 선박은 전체가 216m지만 실제로 세월호가 올라갈 갑판 길이는 160m 남짓이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이 물 위로 떠오르면서 25일 오전부터 배수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존에 설치된 출입구 등을 이용해 자연 배수를 하는 게 정부의 계획이지만 배수가 빨라지도록 선체 일부에 일회용 컵만 한 구멍을 여러 개 뚫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배수에는 사흘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며 작업이 마무리되면 목포신항으로 반잠수식 선박이 이동한다.

배수 작업 도중 시신이나 유류품 유실을 우려해 반잠수식 선박 위에 세월호 주변을 둘러쌀 높이 1m가량의 유실물 방지막이 설치됐다. 또 맹골수도 해저에 설치한 유실물 방지 펜스에도 잠수사를 투입해 다시 수색할 예정이다.

○ 긴박했던 밤샘 용접부터 선체 이동까지

세월호를 수면 위 13m 높이까지 들어 올리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선체가 처음으로 물 밖에서 보이기 시작한 23일 오전 3시 45분 이후 1시간에 약 3m씩 순조롭게 떠오르던 선체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세월호 선체와 바지선의 도르래 장치가 충돌하면서 인양 작업이 지연된 데 이어 오후 6시쯤에는 선체 왼쪽 뒤편의 화물칸 입구(램프)가 열린 것이 발견됐다. 높이 11m, 폭 7.9m의 화물칸 입구가 덜렁거리는 상태에서는 반잠수식 선박에 거치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해수부와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는 23일 오후 8시부터 램프 절단을 위한 용접 작업에 돌입했다.

이때부터 인양 작업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24일 오전까지 용접 작업을 마치고, 24일 밤 12시까지 반잠수식 선박에 거치하면 인양할 수 있다”고 했지만 우려를 잠재우긴 어려웠다.

정부가 당초 반잠수식 선박 거치에 이틀 이상이 걸린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 선체가 물 위 13m까지 올라와도 바지선에 단단히 묶고 이동시킨 다음 반잠수식 선박에 올려놓는 작업도 2∼2.5일이 소요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이런 이유로 화물칸 입구 용접 작업은 긴장감 속에 밤새 진행됐다. 24일 오전 6시 3개의 연결 부분을 떼어낸 데 이어 6시 45분 분리 작업이 완료됐다. 하지만 이후 인양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오전 11시 10분 세월호 선체를 수면 위 13m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강성휘 / 세종=박희창 기자
#세월호#인양#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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