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아간 박용만, 4시간동안 5黨 돌며 ‘경제해법’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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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 지도부에 ‘경제 제언문’ 전달
20대 국회 개원후 8번째 방문 “이번엔 민원 아닌 어젠다 제시… 정치권과 함께 해법 찾자는 의미”
공정사회-시장경제-미래번영 키워드 “대선주자들도 고민하고 답 줬으면”

“대선주자들께 전달 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각 사진 왼쪽)이 23일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대선후보에게 드리는 경제계 제언’ 책자를 건네고 있다(위쪽 사진). 박 회장은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같은 책자를 전달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선주자들께 전달 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각 사진 왼쪽)이 23일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대선후보에게 드리는 경제계 제언’ 책자를 건네고 있다(위쪽 사진). 박 회장은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같은 책자를 전달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저희가 ‘해주십사’ 하는 내용만 들어 있지 않고 화두를 던지는 내용입니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전날 발표한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5개 정당에 전달하기 위한 여의도 순회의 시작이었다.

박 회장은 이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차례대로 방문했다. 면담 시간은 15분 정도씩이었다. 점심시간과 이동 시간까지 더해져 모든 일정은 오후 3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박 회장이 국회를 찾은 것은 지난해 5월 20대 국회 개원 후로만 여덟 번째다. 하지만 이날의 방문은 이전 일곱 번과는 목적이 전혀 달랐다.

그는 각 당 대표들에게 책자를 전달할 때마다 “과거처럼 기업들의 ‘위시리스트’를 드리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찾아야 하는 ‘어젠다’를 제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상대방의 고충을 알고 사회문제가 뭔지를 인식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으로는 ‘정치권은 개혁 주체’ ‘기업은 개혁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틀을 깨고 국회와 기업이 함께 국가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선언적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경제계는 한동안 극심하게 대립해 왔다. 대한상의는 지난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법 등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결국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상법개정안이 갈등의 중심에 떠올랐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경제공약들도 대부분 ‘재벌 개혁’ ‘대기업 규제’ 등에 집중돼 있다. 대한상의 측에서 전날까지도 각 당 대표들이 박 회장의 방문에 냉담한 반응을 보일까 걱정했을 정도였다.

재계의 제언문 전달은 대선 주자들이 공약을 점검하면서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달라는 강한 요청이었다. 박 회장은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시간이 없으니 화두를 던져야 (정치권이) 화답도 하고 의견도 줄 과정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앵무새처럼 일방적인 얘기만 해서는 안 되고, 균형감을 갖춘 얘길 제시해야 후보들도 귀담아듣고 고민할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대선 주자들이 경제 구상을 점검하고 현장과 소통할 수 있도록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것이다.

박 회장과 동행한 최충경 창원상의 회장은 “경제에는 여야도 없고, 보수 진보도 없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누구나 살려야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이번 제언문에서 ‘공정사회, 시장경제, 미래번영’이라는 키워드를 축으로 국가의 핵심 의제 9건을 짚었다. 전문가들은 상의의 제언문이 정치권과 재계가 경제 전체 문제를 협의하고 함께 답을 찾아나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이런 경제계의 목소리를 일부나마 공약집에 담을 경우 정재계가 협업하는 개혁 모델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물론 재계의 이번 시도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박 회장 역시 “(대선 후보들이) 대답을 하실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인들도 국민이니까 답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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