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매력 살짝 가린 동어반복의 느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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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포크스타 시런의 ‘÷’

21세기 인류는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스타 포크 가수를 갖게 됐다.

밥 딜런이나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 아닌, 에미넘의 영향을 받은 통기타 가수. 전자음악의 발전이 전통적 음악의 거의 모든 걸 밀어내 버릴 것이란 예상을 그는 깨부쉈다. 도리어 루프 스테이션(연주를 실시간으로 녹음해 반복 재생해 주는 장치)이란 첨단기술을 이용해 통기타의 경계를 확장했다. 약관의 나이에 통기타 한 대로 세계를 사로잡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26) 이야기다.

시런이 ‘+’ ‘×’에 이은 세 번째 앨범 ‘÷’(Divide·3일 발매·워너뮤직코리아·사진)를 내놨다. 단번에 각인되는 인상적인 멜로디, 힙합이나 전자음악 부럽지 않게 감각적으로 출렁대는 리듬, 햇살 같은 허스키 음색. 이번에도 음반은 시런이 가진 매력을 총망라해 담아냈다.

그런데도 왠지 허전한 이 기분은 뭘까. ‘One’ ‘Sing’ ‘Don‘t’ ‘Nina’…. 전작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던 멜로디와 리듬의 축복이 지나쳤던 걸까. 시런은 여전한데 동어 반복의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일곱 개의 음만으로 관능적인 곡을 얼마든지 써내던 시런의 천재성이 스스로를 가로막은 것 같다. 좀 더 미묘한 화성과 리듬 운용이 시런을 구원할 수 있을 것 같다.

앨범 제목이 ‘나누기’인 점이 불길하다. 앞으로 나올 4집 ‘―’가 시런의 디스코그래피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 시런에게는 가능한 얘기다. 신작에 담긴 ‘Eraser’ ‘Dive’ ‘Shape of You’의 매력이 약속과 같다. 무지개는 일곱 가지 색으로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 (6.4/10)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에드 시런#영국 포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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