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반 램프 열린것 확인뒤 인양중단… 밤샘 절단작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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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24일 지나면 유속 느린 시기 끝나
오전까지 잘라내지 못하면 선체 옮길 반잠수선에 못실어 4월 4, 5일경으로 늦춰질수도

세월호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해역에서 상하이샐비지 소속 작업자들이 선체와 바지선을 단단히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세월호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해역에서 상하이샐비지 소속 작업자들이 선체와 바지선을 단단히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순조롭게 진행되던 세월호 인양 작업이 1차 고비를 맞았다. 세월호에 화물을 싣고 차량이 드나들 때 이용하는 진입로 역할을 하던 왼쪽 램프가 열려 있는 게 뒤늦게 확인돼서다. 이 램프를 잘라내지 못하면 세월호를 13m 높이까지 들어올려도 반잠수식 선박에 올려놓기가 어려워 사실상 인양작업 진행이 불가능해진다.

인양을 맡은 상하이샐비지는 23일 오후 8시부터 램프 절단 작업에 착수했지만 24일 오전까지 작업이 끝나지 않으면 이번 인양작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맹골수도의 유속이 느려지는 소조기는 보름에 한 번, 한 달에 두 번 찾아온다. 이번 소조기는 24일에 끝나고, 다음 소조기는 4월 4, 5일경에 있을 예정이다.

○ 왜 13m인가

세월호의 현재 높이는 22m지만 물 위로 다 들어올리지 않고 13m만 들어올린다. 원래 높이가 24m인 세월호를 22m로 보는 것은 왼쪽으로 누워있기 때문이다. 선체를 물 밖으로 모두 꺼내면 바람이나 유속 등에 더 많이 좌우될 수 있어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세월호를 물 위로 13m까지 올리면 수면 아래에는 9m가 남는다. 세월호를 싣고 목포신항까지 운반할 반잠수식 선박은 수면 아래로 13m까지 잠수하거나 올라갈 수 있다. 반잠수식 선박이 물 밑으로 13m 내려온 다음 세월호를 선적하면 4m가량의 여유공간이 생긴다.

4m의 공간도 넓은 것은 아니다. 세월호 밑에는 0.9m 높이의 리프팅빔과 와이어 등 각종 장비가 설치돼 있다. 또 반잠수식 선박 위에는 나중에 세월호를 육상에 올릴 때 작업을 용이하게 할 1.5m 높이의 나무 받침대가 붙어 있다. 이 나무판자 사이로 바퀴가 달린 운송장치가 들어가 세월호를 육상으로 올려놓는다.

결국 세월호와 반잠수식 선박 사이의 여유공간은 실질적으로 1.5m에 불과해 높이 11m, 폭 7.9m의 램프 문이 열려 있으면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올려놓을 수 없다.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오후 6시 반쯤 잠수사가 들어가 램프 문이 열린 것을 확인했다”면서 “램프가 열린 상태라도 세월호를 들어올릴 수는 있지만 반잠수식 선박에 옮길 수는 없다”고 절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램프가 열린 이유에 대해 “세월호가 왼쪽으로 침몰하면서 충격으로 문 잠금장치가 파손된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에는 해저면에 맞닿아 있어 문이 열린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수중 용접기를 이용해 진행되는 절단작업은 밤새 이뤄진다. 이 단장은 “절단작업이 24일 오전에 마무리되고 반잠수식 선박에 선체를 24일 밤 12시까지만 올려놓으면 이번 소조기 인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24일 오전까지 절단이 완료되지 않았을 경우 세월호를 다시 해저에 내려놓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 말을 아꼈다.

○ 오전부터 작업 더뎌

22일 오후 8시 50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본인양 작업은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1시간에 3m씩 선체가 물속에서 올라왔다. 세월호의 오른쪽 스태빌라이저(좌우 균형장치)가 처음 물 밖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 23일 오전 3시 45분이었다. 애초 예상 시간(오전 6시)보다 2시간 이상 앞당겨진 것이었다. 스태빌라이저는 선박 옆에 볼록 튀어나와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다. 약 한 시간 뒤인 4시 47분이 되자 선체 전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빠른 속도를 내던 인양작업에 제동이 걸린 것은 오전 6시경이다. 선체가 바지선에 붙은 도르래에 자꾸 부딪혔다. 한때는 강한 충격이 가해져 인양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도르래는 인양줄과 연결돼 선체를 들어올리는 장비다. 이 단장은 “선체 자세가 변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면서 “선체 자세를 조정해 접촉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초 오전 11시면 세월호 선체가 물 위로 13m까지 떠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오후 5시 물 위로 8.5m까지 올라온 세월호는 진행을 멈췄다. 3시간 후에도 제자리였던 세월호는 결국 물 위 10m까지 올라온 뒤 부양을 중단했다.

○ 인양 맡은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인양이 거듭 난항을 겪으면서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기술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월호를 2년 11개월 만에 물 위로 인양한 상하이샐비지는 중국 교통운수부 산하 국영기업이다. 1951년 설립됐으며 잠수사 등 구난 전문 인력 1400여 명을 보유한 대형 해양 구난업체다. 2015년 7월에는 중국 양쯔(揚子) 강에서 침몰한 2200t급 유람선 ‘둥팡즈싱(東方之星)’ 인양 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맹골수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애초 세월호 내부에 공기를 주입해 세월호를 끌어올릴 계획이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일에는 시험 인양을 시도했지만 선체에 연결된 인양줄이 꼬이면서 실패했다. 또한 리프팅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6차례나 실패와 연기가 반복됐고, 선체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인양 완료 시점 역시 2016년 7월에서 2017년 2분기(4∼6월)로 늦춰졌다.

이로 인해 애초 해양수산부가 지급하기로 한 916억 원보다 인양비용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인양 공법을 바꾸면서 장비를 교체한 데다 인양 기간이 길어진 탓에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에 투자한 비용은 2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들이 인양 작업을 맡은 것은 홍보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강성휘 기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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