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결혼절벽… 혼인율 역대 최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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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00명당 5.5건… 5년째 감소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김모 씨(30·여)는 6년째 연애를 하면서도 결혼 날짜를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갑인 남자친구가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해 김 씨의 벌이만으로 결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취직만 하면 당장이라도 결혼 준비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기약하기가 어려워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혼인율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초혼 연령도 매년 높아졌다.

20, 30대 인구가 줄고 있는 데다 일자리를 못 구하는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사례가 많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결혼을 안 해도 문제없다는 ‘싱글족’이 늘어난 것도 주된 원인이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인 ‘조(粗)혼인율’은 5.5건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조혼인율은 1980년 10.6건으로 최고치에 달한 뒤 2000년에 7.0건까지 떨어졌다. 2011년(6.6건) 이후로는 5년 연속 감소했다.

전체 혼인 건수 역시 28만2000건으로 전년(30만3000건)보다 7.0% 줄었다. 특히 결혼적령기인 25∼34세 남녀의 혼인이 1년 새 각각 9.6%, 8.4% 감소했다. 지난해 25∼29세 남성의 혼인율은 36.8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30건대로 떨어졌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8세, 여자 30.1세로 2015년보다 각각 0.2세, 0.1세 높아졌다.

정부는 혼인 감소의 첫 번째 원인으로 청년층 인구 감소를 꼽는다. 2015∼2016년에 결혼적령기 남녀 인구가 2.1%, 2.7%씩 줄었다. 사회 풍조의 변화도 원인 중 하나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 지난해 미혼 남성의 절반 이상이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하는 등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뀐 게 혼인율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미루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대의 고용률이 전 연령층에서 유일하게 감소하는 데다 주거비 등 가정을 꾸리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지면서 결혼을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거비 부담이 비교적 덜하고 공무원 등 안정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세종시의 혼인 건수는 1년 새 7.6% 늘었다. 반면 최근 생활비 부담이 큰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급격한 감소세(―10.2%)를 보였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혼 시기의 생활 여건을 안정시킬 대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선진국에 비해 가장 취약한 복지 영역인 출산, 영·유아 육아비용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혼 건수는 10만7000건으로 전년(10만9000건) 대비 1.8% 줄어 감소 폭이 혼인 건수의 4분의 1 정도에 그쳤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혼인율#결혼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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