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미리내면 파격할인” 고객 모아, 8억 챙겨 야반도주한 강남치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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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구속… 피해환자 378명

“5주년을 기념해 치아교정비 250만 원을 66만 원으로 할인해드립니다.”

지난해 10월 A 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유명 치과를 찾았다. 치과 페이스북에 올라온 ‘파격 할인’ 안내 덕분이다. A 씨는 진료비를 완납하면 할인율이 크다는 설명에 의심 없이 수십만 원의 진료비를 한꺼번에 냈다. 주변 병원보다 터무니없이 저렴했지만 강남의 유명 치과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치료가 시작되고 얼마 후 병원은 연락두절 상태가 됐다. 폐업을 하고 직원들이 ‘야반도주’를 한 것이다. A 씨 치료기간은 아직 2년 넘게 남은 상태였다.

확인 결과 A 씨처럼 피해를 입은 환자는 300명이 넘었다. 피해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서울 강남경찰서는 치과 의료기기 업체 대표 박모 씨(47)와 광고회사 직원 김모 씨(34)를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폐업 위기에 처한 교정 전문 치과를 함께 인수해 운영했다. 의사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개원한 ‘사무장병원’이었다. 이들은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로 환자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높은 인건비 등을 버티기가 힘들어지자 환자들에게 진료비 완납을 유도한 뒤 지난해 12월 돌연 폐업시켰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378명, 피해액은 8억4000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터무니없이 저렴한 이벤트로 환자를 유인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진료비#강남치과#야반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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