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고졸” 창업땐 입영 연기… 저소득 구직자 300만원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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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년고용대책 보완방안’ 발표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 씨(27)는 지난해 대기업 공채에서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올해 상반기 다시 취업에 도전하는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졸업을 미루고 이번 학기에 한 과목을 신청했다. 등록금도 60만 원 정도를 냈다. 이 씨는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취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아까워도 등록금을 내고 졸업을 유예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 씨처럼 졸업을 미루고 취업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줄여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취업하지 못한 고졸 저소득층 청년에게 1인당 최대 300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고졸 창업자의 경우엔 정부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면 군 입대를 최대 2년 연기해 주는 등 고졸 청년층 지원도 강화했다.

○ 구직 청년의 금전 부담 완화 초점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청년 고용대책 점검 및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대선 국면에서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보니 기존 정책을 다듬는 수준으로 마련했다.

정부는 청년 세대들의 금전 부담을 덜어주는 데 이번 보완대책의 초점을 맞췄다. 이들의 대출 한도를 높이고 등록금을 낮추는 게 골자다. 청년·대학생 햇살론 한도를 8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늘렸다. 관련 법제(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를 개정해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졸업 유예자들의 등록금을 낮추기로 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의 요건도 월급 150만 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 대상이 늘어나면 2년 이상 일한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성과보상금’(12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이가 많아진다. 또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을 총정원의 5% 이내로 규제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난해 4월에 이어 11개월 만에 다시 청년 고용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청년 실업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 장기 실업자는 5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53%(2만 명) 증가했다. 특히 25∼29세 구직 단념자 수는 올해 1월 1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이 연령대의 구직 단념자 수(11만1000명)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컸다. 박근혜 정부 들어 수차례 내놓은 청년 고용대책이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셈이다.

○ 정부 “당분간 일자리 부족” 인정

이번 보완 방안이 현장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빚 한도를 늘리고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방안 등은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근본적인 방안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구조조정 등으로 당분간 청년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취약계층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하지 않도록 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장 취업을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무궁무진한 일자리가 널려 있는 만큼 벤처, 스타트업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청년들이 그 분야로 나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고졸#청년고용대책#저소득 구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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