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갑천고 한옥건축학교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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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급감으로 존폐 논란
10년 전부터 한옥학교 전환 추진… 도교육청-교육부 승인 거쳐야

학생수 급감으로 존폐 논란을 겪고 있는 강원 횡성군 갑천면의 갑천고가 전국 유일의 한옥건축학교 전환을 통해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갑천고는 최근 횡성군, 횡성교육지원청과 함께 갑천고를 특성화고인 한옥건축학교로 설립해 줄 것을 강원도교육청에 건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2000년 횡성댐 건설로 인근 5개 마을이 수몰되면서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한 후 계속해서 폐교론마저 제기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1966년 설립된 갑천고는 2012년 전교생 87명에서 해마다 줄어 올해는 50명에 불과하다. 지역 내 입학 예정자가 부족해 학생수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교생 가운데 32명이 축구부원으로 축구부를 통해 학교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은 약 10년 전부터 갑천고의 한옥건축학교 전환을 추진해 왔다. 갑천고는 부지가 넓고 지역에 산림자원이 풍부해 한옥건축학교로 적합하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의견이다. 특성화고인 한옥건축학교가 전국에 없는 데다 목수 등 한옥 장인 육성이 시급해 신입생 유치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횡성군은 한옥학교 개설을 내용으로 하는 ‘한옥학교 설립 조례안’을 제정해 법적 지원 장치를 마련했고, 지역 주민들은 3일 한옥건축학교 추진단을 구성했다. 한석웅 갑천중고 교장은 “현 추세라면 2021년에는 축구부를 제외한 학생이 8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옥건축학교로 전환되면 학교와 지역 사회가 살아나고 지역의 산림자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갑천고의 학교 살리기 실험은 2008년 축구부 창단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해 신입생이 한 명에 불과해 폐교 이야기가 거론되자 지역사회와 학교가 머리를 맞대어 내놓은 아이디어가 바로 축구부였다. 첫해 중고교를 통틀어 37명이 몰리면서 학교는 기사회생했지만 매년 학생수가 줄어든 탓에 근본 처방은 되지 못했다.

한옥건축학교 전환은 강원도교육청에 공모의향서를 제출해 교육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횡성군과 횡성교육지원청은 이를 위해 한옥건축학교 전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교육 과정, 한옥전문교사 수급, 취업 연계 등 학교 운영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최혜원 횡성교육장은 “한옥건축학교는 산학협력 기회가 많기 때문에 특성화고 또는 마이스터고의 설립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면서 “한옥 기술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었던 학생들에게 배움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학생수 급감#갑천고#갑천고 존폐 위기#한옥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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