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없이 동영상만…’ 中 동포 대상 ‘기술교육 프로그램’ 부실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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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습교육 안 합니까?” (중국동포 수강생 A 씨·49)
“더 많은 분이 요청해야죠.” (강사 B씨)
“우리도 하고 싶어요. 꽈배기 한번 만들어봅시다.” (다른 수강생들)
“기름진 건 (실습장이) 더러워져 안 돼요. 출석만 잘 하시면 되는데….” (강사 B 씨)

20일 서울의 한 기술학원 실습장에서 강사와 수강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곳에서는 이달 초부터 6주간 중국동포 대상으로 제빵교육이 진행 중이다. 이날 수강생들은 직접 빵을 만들 수 있는 실습을 요구했다. 하지만 강사는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실습은 도대체 언제 하냐”고 언성을 높이자 B 씨는 “조만간 (하는 쪽으로) 생각해 보겠다”라고만 답했다.“3주째 빵 만드는 비디오만 봤다”는 A 씨는 “다 필요 없고 출석체크 잘 해서 수료증이나 받는 게 속 편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결국 제빵 동영상이 상영 중인 실습장에서 그는 스마트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다른 기술학원에서 원예교육을 받는 중국동포 C 씨(27·여)도 “(실습용) 꽃은 구경 한 번 못하고 강사가 (빔 프로젝터에) 띄운 꽃 사진만 3주째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법무부가 기술교육을 조건으로 취업비자를 발급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해외 중국동포 중 단기방문비자(C-3-8)로 입국해 국내 교육기관에서 제빵, 원예, 미용 등 기술을 선택해 교육을 받으면 3년 기간의 방문취업(H-2)비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업시간 중 60% 이상 실습이 진행되는 기술교육 현장에서 실습 없는 ‘날림교육’이 진행되는 곳이 적지 않다.

희망자는 65만 원의 별도 수강료를 내고 6주 동안 매일 6시간씩 총 180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후 취업비자를 받기 전까지 돈벌이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중국동포 국내유입의 문턱을 낮춘 제도로 2010년부터 시행돼 매년 한국을 찾는 25만 명 내외 중 2만 명 이상이 취업비자 전환을 위한 기술교육을 받으러 온다. 매달 초 전국 175개 교육기관에서는 쉴 새 없이 20명 내외의 중국동포 기술교육 강좌가 꾸려진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술교육을 받고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중국동포 사이에 선호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진이 점검한 현장에서는 동포들의 바람과 달리 제대로 된 기술교육이 진행되지 않았다. 한 교육기관에선 은행 관계자가 찾아와 ‘특별혜택’을 강조하며 수강생들에 자사 체크카드 가입을 권하기도 했다.

교육기관을 알선하고 관리하는 (사)동포교육지원단의 ‘동포교육운영규정’에는 수료조건으로 ‘지정기관은 출석률 100분의 90 이상’만 규정하고 있다. 지원단 관계자는 “(입국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다른 시험 없이 성실히 출석하면 대체로 수료증을 발급한다”고 말했다. 지원단 차원의 불시점검 제도가 있지만 전국 각지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는 강좌를 일일이 단속하기는 힘들다.

중국동포 대상으로 비자발급을 대행하는 한 행정사는 “현재 ‘기술교육 프로그램’은 중국동포에게 취업과 전혀 별개로 이뤄져 교육 질도 떨어지고 초기적응에 부담을 준다”며 “교육과 취업을 연계시키는 등 국내에 정착시킬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신규진·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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