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알콩달콩 우리 몸 이야기]뇌 과학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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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맨 스틸컷.
영화 엑스맨 스틸컷.
영화와 온라인 게임 캐릭터인 마블 히어로즈. 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자주 영화관을 찾게 만듭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 중에서도 엑스맨들의 정신적인 지주는 찰스 자비에 교수입니다. 고급스러운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머리 아저씨 말이죠. 헐크처럼 몸집이 거대하지 않고, 토르처럼 엄청난 망치를 휘두르지도 않지만 그는 텔레파시를 통해 타인의 생각을 읽을 뿐 아니라 그 기억을 지우는 엄청난 능력이 있습니다. 심지어 정신 공격으로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답니다.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무기죠. 이 무기의 목표는 바로 오늘의 주인공 ‘뇌’입니다.

인간의 뇌는 약 1500g으로 몸무게의 약 2%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심장이 보내주는 피의 15%, 폐가 들이마시는 산소의 20%를 뇌가 소비하죠. 단 몇 분이라도 피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면 뇌는 손상을 입게 되고 전신에 장애가 옵니다. 생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는 우리의 몸을 지배하는 사령탑이기 때문이기 때문이죠. 찰스 자비에 교수가 엑스맨 중에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뇌는 많은 일을 합니다. 뇌는 뉴런이라는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은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며 생각하고 기억하고 상상하는 등의 복잡한 정신 활동을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온몸의 신경계와 연결되어 심장을 뛰게 하고, 숨을 쉬게 하고,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기도 합니다.

뇌가 손상되면 이 모든 기능들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그래서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환자, 힘들게 걸어 다니는 환자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습니다. 일단 손상되면 그나마 남아있는 뇌 기능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한 재활치료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혈액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뇌에는 혈액을 운반하기 위한 혈관이 발달해 있습니다. 그리고 뇌혈관은 혈관 벽이 유난히 약해서 다른 장기에 비해 혈관 질환이 특히 더 많이 발생합니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이 대표적인 뇌혈관질환입니다. 필자는 개두술과 뇌혈관내 시술을 함께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뇌혈관 외과의입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뇌혈관질환을 치료하려면 두개골을 열어서 수술을 하거나 약물치료를 하며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수술보다는 혈관내 시술을 이용하여 뇌혈관질환을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동맥에 주삿바늘을 넣고 그 바늘 안으로 가느다란 도관을 넣어 터진 혈관은 막고, 막힌 혈관은 뚫는 치료를 합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으니 미래에는 혈관 안으로 혼자 시술할 수 있는 로봇 한 개만 넣어주면 될지도 모를 일이죠.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무성합니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 중에 하나가 의사라고 하죠? 벌써 환자의 진단, 치료를 도와주는 인공지능인 IBM 왓슨을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유명 병원에서도 속속 왓슨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즉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뇌가 뇌를 치료하는 내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한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다른 측면으로 보고 싶습니다. 과학의 발전이 의사의 일을 줄여줄 수는 있어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의사가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무기를 적절히 잘 사용한다면 환자 치료에는 그만큼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 아이언맨을 연기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팔을 잃은 어린이에게 아이언맨과 똑같은 팔을 선물하며 희망을 주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더욱더 희망적인 것은 3차원(3D) 프린터의 발전으로 이런 작업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했던 영화 속의 일이 현실이 된 것이죠. 이외에도 손상된 눈, 귀, 팔다리에서 뇌에 직접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시각, 청각,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여러 가지 치료법이 활발히 개발 중입니다. 미래의 뇌 과학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해야 할 일도 그만큼 늘어날 것입니다.

의과대학 시절 공부할 것이 산더미라지만 뇌와 관련된 과목은 더욱더 공부할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뇌는 아직도 인간이 모르는 부분이 가장 많은 미지의 기관입니다. 미래의 신경외과 의사를 꿈꾸는 청소년이 있다면 인공지능에 꿈을 빼앗길 필요가 없습니다. 인공지능에게 일상적인 일들은 맡기고 좀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할 분야를 개척하면 됩니다. 우리 몸의 사령탑인 뇌를 샅샅이 파헤쳐 연구하는 것은 미래의 의사이자 과학자인 어린이, 청소년 여러분들의 몫이랍니다.
 
조성윤 뉴고려병원 뇌혈관센터 신경외과 전문의
#뇌 과학#뇌의 구조#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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