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검찰 포토라인서 8초 29字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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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소환조사]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지난 세차례 사과땐 “심려끼쳐 죄송” 이번엔 이유 안밝힌채 “송구”만
노무현 소환땐 “면목없는 일이지요” 노태우는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21일 오전 9시 23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단 29자였다. 두 문장을 말하는 데 걸린 시간은 8초. 청사 앞에 정차한 차량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25걸음 떨어진 포토라인 근처에 다가갔다. 뒤쪽에 서 있던 서울중앙지검 임원주 사무국장이 “한 말씀 안하시겠습니까”라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임 사무국장을 쳐다보며 왼손으로 포토라인을 가리켰다. 임 사무국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왼쪽으로 한 걸음 뗀 뒤 취재진의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국민 메시지를 밝혔다.


이 메시지는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밝힌 3차례의 대국민 사과에 비해 부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25일 첫 대국민 사과에서 “꼼꼼하게 챙겨보자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같은 해 11월 4일 2차 대국민 사과에선 “최순실 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같은 달 29일 3차 대국민 사과에서는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3차례 대국민 사과에서는 사과의 이유나 배경을 설명했는데 이번 포토라인 대국민 메시지에는 그게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앞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들의 포토라인 발언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전직 대통령으로 처음 검찰에 소환됐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1일 대검찰청 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단 10자를 말하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2009년 4월 3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됐다. 노 전 대통령은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봉하마을에서 출발할 때) 왜 국민께 면목 없다고 말했습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면목 없는 일이지요”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심경을 묻는 질문에 “다음에 합시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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