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나운 개도 ‘개통령’ 앞에선 순한 양이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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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훈련사 강형욱 대표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는 “스위스와 독일은 반려견과의 산책을 법에 명시할 만큼 동물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반려견에게 행복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듬컴퍼니 제공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는 “스위스와 독일은 반려견과의 산책을 법에 명시할 만큼 동물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반려견에게 행복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듬컴퍼니 제공
마구 짖어대는 사나운 개,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난폭한 개까지.

모두 그 앞에 서면 ‘착한 개’로 변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에 출연한 그에게 시청자들이 붙여준 별명은 ‘갓형욱’ ‘개통령’.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32) 얘기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존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소통형 반려동물 교육 방식도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출연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시청자 투표 1위를 기록했고, 다음 달부터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시즌2’에 고정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20일 경기 남양주시 보듬컴퍼니 훈련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이렇게 운을 뗐다. “제가 추구하는 반려견과의 소통 방식을 알리고 싶어 TV 출연에 나섰어요. 새로 맡게 된 채널A ‘개밥 주는 남자’에서 다양한 교육 방식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는 반려견 훈련사가 된 것을 ‘운명적’이라고 표현했다. “‘개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반려견과 노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행복했어요. 몰티즈, 요크셔테리어, 진돗개 등 개 이름으로 한글을 익힐 정도였으니까.”

강 씨의 훈련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노르웨이 유학 경험이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놀란 것은 짖는 개를 절대로 제지하지 않는 태도”라며 “반려견을 편안하고, 여유 있게 대하는 교육 방식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가 내세우는 반려견 훈련 방식의 핵심은 ‘눈높이 맞추기’다. 강압적, 즉각적인 방식과 시설에 반려동물을 맡기는 위탁형 교육 방식을 철저히 배제한다. 실제 이날 찾은 보듬컴퍼니에는 위탁 반려견이 한 마리도 없었다.

강 씨는 “족집게식 인문학 강의가 유행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려동물 교육에 있어서도 ‘빨리빨리’에 집착한다”며 “다소 귀찮을 수 있지만 보호자가 함께 와서 교육을 진행해야 그 효과가 지속적이고,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그의 특징은 반려견이 아닌 사람의 변화다. “반려견이 미용실에 가면 너무 짖는다고 상담을 호소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낯선 사람이 자꾸 만지면 개 입장에선 짖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요? 반려견 역시 우리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상황과 입장, 태도가 달라집니다.”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예를 들어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에는 70만 마리의 유기견이 있다고 한다. 반면 내가 유학한 호주나 노르웨이에서는 정말로 유기견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태도는 그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적인 현실과의 관련성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반려견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줬던 그는 앞으로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상담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봉사활동부터 시작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반려동물#강형욱#보듬교육#개밥 주는 남자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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