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門 통과 허용하고 영상녹화 안해… 예우냐 특혜냐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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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소환조사]
재벌총수 등 피의자로 소환땐 서쪽 출입문 이용 검색대도 통과
1차장, 조사실 옆방 찾아가 茶 대접… 검찰측 “경호문제 고려 동선 줄인것”
박근혜 前대통령, 교통통제로 8분만에 檢 도착… 전직 대통령들 비슷한 수준 경호

박근혜 출석 날, 200m 떨어진 법원서 재판받은 최순실 21일 오전 9시 23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으러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짧은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2시경 박 전 
대통령이 조사 받는 곳에서 200여 m 떨어진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열린 22차 공판에 최순실 씨가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출석 날, 200m 떨어진 법원서 재판받은 최순실 21일 오전 9시 23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를 받으러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짧은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후 2시경 박 전 대통령이 조사 받는 곳에서 200여 m 떨어진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열린 22차 공판에 최순실 씨가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감안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준비하면서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 전례를 참고했다. 하지만 일부 절차에 대해선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11일 만에 검찰에 소환된 전직 대통령에겐 부적절한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다.

○ 교통신호 통제로 ‘논스톱’ 이동

2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서울 삼성동 사저를 벗어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서울 삼성동 사저를 벗어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 15분 서울 삼성동 사저를 나서면서 노태우, 고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 때와 비슷한 수준의 경호를 받았다.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검은색 에쿠스 리무진 차량을 이용했고, 그 차량 앞뒤로 경호 차량이 1대씩 에스코트했다. 경찰 차량 1대와 경찰 오토바이 10여 대도 경호에 참여했다. 경찰은 이동 경로 사거리마다 신호 통제를 해 박 전 대통령 일행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멈추지 않았다.

1995년 11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사저에서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뉴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이동했다. 당시 이동 중 취재 차량 간 경쟁이 과열되자 노 전 대통령 측은 갑자기 경로를 바꾸기도 했다. 당시 선도 경호 차량에 타고 있던 경찰 고위 간부가 무전으로 교통신호를 통제했다고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16인승 개조 리무진 버스(원래 42인승)를 타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대검찰청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일행이 중간에 한 차례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한 때를 제외하고는 360km가량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교통 통제를 했다.

○ ‘중앙 출입문’ 이용한 첫 피의자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과 일정 거리를 두고 설치된 포토라인에 섰다. 취재기자나 사진기자 누구도 취재 포토라인을 넘어 박 전 대통령 근처로 다가설 수 없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 출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청사로 들어갈 때 평소 일과 시간에는 쓰지 않는 중앙 출입문을 이용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고위 관료, 재벌 총수 등 누구도 예외 없이 청사 현관 서쪽 출입문으로 들어가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조사를 받는 첫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과 경호 문제 등을 감안해 중앙 출입문 통과를 허용했다.

○ ‘휴게실 찾아가 차 대접’ 논란


박 전 대통령은 조사를 받기 전 10분가량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검사장급)로부터 차 대접을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안강민 당시 중수부장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인규 당시 중수부장과 차를 마셨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중수부장과 같은 검사장 직급이지만 보직 자체가 갖는 중량감은 중수부장에 비해 낮다. 검찰은 특수본 본부장인 이 지검장이 차 대접을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고검장급인 이 지검장이 차 대접을 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을 특별 대우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노 1차장검사가 차 대접을 맡게 됐다. 하지만 노 1차장검사가 자신의 방이 아니라 조사실 옆 휴게실로 찾아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게 지나친 예우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검찰은 경호 문제로 박 전 대통령 동선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청사 안에서 층간 이동을 할 때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간부 전용 금색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경우 지나친 예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 피의자 신분이지만 영상녹화 안 해

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에게 조사 과정의 영상녹화를 하는 데 동의하는지 물었다. 법적으로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에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은 사전 고지만 하면 영상녹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영상녹화를 하지 않았다. 특수본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진술을 듣는 게 중요한데 녹화 문제로 실랑이하다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다른 전직 대통령 때와 달라진 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1995년에는 영상녹화 제도 자체가 없었지만 검찰은 녹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상녹화에 동의해 조사 상황이 영상으로 남아 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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