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춤추는 청년일자리정책… 대학 상담사들 ‘파리목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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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절벽에 선 청년지원센터 직원

“채용상담사도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르는 파리 목숨인데 학생들 채용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수도권 사립대의 대학청년고용센터(고용센터) 채용상담사였던 이은지(가명·29) 씨는 1년 넘게 실업자로 지내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2월까지 민간 채용컨설팅업체 계약직 직원으로 고용센터에서 학생 취업상담을 했다. 그러나 해당 대학이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고용센터를 접고 박근혜 정부의 대학창조일자리센터(일자리센터)로 바꾸면서 고용이 승계되지 않았다. 이 씨는 “기존 대학의 일자리센터 사업권을 따낸 다른 채용컨설팅업체로 옮기는 데도 실패해 1년간 재취업 준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이 바뀌면서 취업 지도를 하는 대학의 채용상담사조차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2010년 시작한 고용센터를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자리센터로 사실상 이름만 바꿨지만 대학들이 민간 위탁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채용상담사 중에 일자리를 잃는 사례가 생긴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고용센터는 학교와 컨설팅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정부 사업에 지원해 선정되면 고용노동부가 사업금액의 절반가량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컨설팅업체의 계약직인 상담사들은 고용센터에서 진로상담, 기업 매칭, 자기소개서 첨삭 등 학생에게 일대일 취업지도를 했다. 2011년 지원 학교 44곳을 정해 본격 추진했고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2015년까지 전국 53개 대학에서 고용센터를 운영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박근혜 정부는 고용센터를 일자리센터로 바꾸는 사업을 내놨다. 고용센터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역할은 비슷하지만 창업상담 기능 등을 더한 일자리센터로 일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고용센터는 지난해 24곳, 올해 13곳으로 줄었다. 고용센터의 채용상담사도 2015년 137명에서 지난해 58명, 올해 32명으로 감소했다. 당초 정부와 대학이 5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 13곳의 고용센터 상당수도 내년 2월 운영이 종료될 확률이 높다. ‘미(未)채용’ 채용상담사가 거리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방 사립대 고용센터의 채용상담사인 이하나(가명·30) 씨도 11개월 뒤면 일자리를 잃는다. 이 씨는 “내년 2월은 졸업을 앞두고 상반기 취업상담을 활발하게 할 시기인데…. 내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학생 지도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기업별 취업전략을 짜 주는 채용상담사들마저 고용절벽의 위기에 처했는데 원활한 취업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걱정도 있다.

2015년 21곳을 시범 운영했던 일자리센터는 지난해 41곳으로 늘어났다. 올해 20개 학교에 추가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그러나 센터의 역할은 비슷하지만 채용상담사가 고용센터에서 일자리센터로 갈아타는 것은 쉽지 않다. 학교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민간 컨설팅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고용 승계는 공염불이 된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센터가 있는 41개 대학 중 그전에 고용센터를 운영하던 학교는 13곳뿐이다. 아예 일자리센터 자체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5월 9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일자리센터의 운명도 고용센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를 상징한 창조라는 말이 붙은 사업을 그냥 두겠느냐는 것이다. 내년 2월 문을 닫는 또 다른 대학 고용센터의 채용상담사는 “대통령이 파면된 마당에 이번 청년일자리사업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새 정부가 새 사업을 시작하면 채용상담사들은 고용절벽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 승계를 바라는 게 사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자리정책만큼은 정권이 바뀌어도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라는 지금, 새 정부가 들어서도 일자리정책만은 여야가 합의해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best@donga.com·이호재·백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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