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창간 9주년] 서장훈 “젊은 친구들은 형 잘 모를 걸?”…이상민 “아, 가요무대라도 나가야 하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2일 05시 45분


한때 한국농구를 주름잡았던 삼성 이상민 감독(오른쪽)과 서장훈은 이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한 명은 프로팀 수장, 다른 한 명은 연예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친형제 못지않은 우애를 과시하는 둘은 스포츠동아 창간 9주년 인터뷰를 위해 모처럼 함께했다. 작은 사진은 연세대 재학 시절 둘의 모습.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사진제공 | 이상민을 응원하는 사람들
한때 한국농구를 주름잡았던 삼성 이상민 감독(오른쪽)과 서장훈은 이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한 명은 프로팀 수장, 다른 한 명은 연예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친형제 못지않은 우애를 과시하는 둘은 스포츠동아 창간 9주년 인터뷰를 위해 모처럼 함께했다. 작은 사진은 연세대 재학 시절 둘의 모습.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사진제공 | 이상민을 응원하는 사람들
■ 농구스타 서장훈·이상민의 두 가지 길

■ 방송인의 길, 서장훈

100% 이상민의 팀 생각해 코치로 안 갔지
고정만 6개…형은 ‘복면가왕’이 괜찮겠네
선수라면 양동근처럼 절실하게 농구해야
기회가 왔을 때 우승해야지…꼭 응원 갈게

■ 지도자의 길, 이상민

네가 코치했으면 테크니컬 엄청 먹었을 걸
‘아는 형님’이랑 ‘미우새’ 재밌게 보고 있어
나도 주희정처럼 했으면 마흔 넘어 뛰었지
이젠 골다공증까지…병원서 운동 좀 하래


스포츠동아가 창간한 2008년, 이상민(45)과 서장훈(43)은 한국프로농구 최고의 스타였다. 이상민은 가는 곳마다 여성 팬들의 환호성을 불렀고, 올스타 팬투표 1위도 놓치지 않았다. 토종 센터의 자존심을 지킨 서장훈은 2008년 11월 19일 프로 최초로 정규리그 개인통산 1만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둘의 인생행로는 달라졌다. 이상민은 삼성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고, 서장훈은 방송인으로 변신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각자 가는 길은 달라도 여전한 우정을 자랑하는 두 사람을 20일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났다.

서장훈(이하 서)=(이 감독이 약속장소에 나타나자마자) 형, 왜 이렇게 뒷심이 없어?

이상민(이하 이)=응? 뭐가?

서=아니, 초반에 그렇게 잘해놓고 지금 보니까 3위를 하고 있던데?

이=그러게 말이다.

기자=서로 바빠 자주는 못 만날 것 같다. 1년에 몇 번이나 보는 편인가?

서=1년에 3∼4번 정도? 분기마다 한 번 정도는 보는 것 같은데….

기자=이번 인터뷰는 스포츠동아 창간 9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스포츠동아가 창간한 2008년에 두 사람은 선수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때면 둘 다 선수생활 끝자락이었는데,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서로 얘기한 적은 없나?

서=그래도 2008년은 한창 뛰던 시기였지. 나는 은퇴를 2013년에 했으니까. 은퇴 후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안했던 것 같다. 그냥 쉴 생각을 했지 뭐.

이=나도 무조건 지도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쉬려고 했다.

서=나는 은퇴 후에 그냥 놀면서 친한 사람들과 술이나 한잔씩 할 생각이었다. 농구선수들 대부분이 은퇴하면 지도자를 하려고 하는데, 너도 나도 다 지도자를 하려는 것이 맞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뭐, 일단 계획대로 반 년 정도 쉬고 있었는데, 주변 지인들의 부탁으로 우연히 방송에 나가게 됐고, 그러다 보니 일을 꾸준히 하면서 지금까지 활동을 하게 됐다.

서장훈-이상민(오른쪽).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서장훈-이상민(오른쪽).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감독 이상민-코치 서장훈’ 불발된 사연은?

기자=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장훈 씨를 코치로 선임할 생각을 했었다고 했는데, 거절 이유가 있었나?

이=그 때 장훈이가 ‘4남1녀’라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방송도 하나의 계약인데, 깨고 나오기가 좀 그랬지.

서=그것도 그렇지.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방송을 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코치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프로팀에서 감독을 한다는 것은 온전히 자기 생각이나 농구철학을 가지고 만들어가야 하는데, 내가 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지. ‘100% 이상민 감독의 팀’을 만들어가야지. 그런 점까지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내가 안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자=실제로 코치를 했었다면 어땠을까?

이=얘(서장훈), 테크니컬 파울 엄청 먹었을 걸.

서=하하하. 상민이 형 부임 첫 해에 꼴찌를 했었나? 같이 바보가 됐겠지 뭐. 상민이 형이 그 힘든 시기를 잘 거쳤기 때문에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본다. 지금 성적 내는 건 100% 형의 몫이야. 그게 나에게 분산이 되면 안 되지.

기자=이 감독은 좋겠다. 이 정도까지 생각해주는 동생이 있어서.

서=다른 한편으로는 은퇴하고 나서 또 다시 농구단 스케줄을 소화할 만한 자신도 없었다. 코치가 되면 선수보다 더 바쁘거든. 그걸 해낼 자신도 없었다.

기자=농구대잔치 시절 연세대 멤버 가운데서도 둘이 유독 친한 이유가 있나?

이=장훈이는 말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나는 들어주는 편이니까. 그런 부분에서 잘 맞았나 보다.

서=성격이 비슷한 사람끼리는 많이 싸우는데, 반대면 잘 맞는다. 청소년대표 때 방을 같이 쓰면서 상민이 형을 알았는데, 그 때부터도 친하게 지냈다.

기자=장훈 씨가 연세대에 입학한 이유 중 하나가 이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서=맞다. 상민이 형이 워낙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고집도 있다.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절대 안 한다. 냉정한 부분도 있고. ‘알았어’ 이러고 대충 넘기는 것 같아도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안 한다.

기자=장훈 씨는 좀 예민한 편이지 않나?

서=어릴 때는 안 그랬다. 나중에 나이를 먹으면서 예민해진 것이지.

이=나는 장훈이가 예민한 걸 전혀 몰랐다. 삼성으로 이적해왔는데, 그 때 장훈이가 예민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선수 시절 서장훈-이상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선수 시절 서장훈-이상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여장’하는 서장훈 “나보다 스태프를 위해”

기자=프로선수로 생활하는 동안 같은 팀에서 뛰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있을 것 같다.

서=아쉽지. 형하고 같이 뛰려고 (2007년) KCC로 이적했는데, 이게 웬걸. 내 보상선수로 상민이 형이 삼성으로 간다고 하잖아. 그럴 줄 알았으면 안 갔지. 그 때는 돈보다도 형이랑 같이 뛰고 싶어서 KCC를 간 건데…. 서로 스트레스도 받고, 상민이 형 팬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피해를 준 것 같았으니까. 되게 복잡한 심정이었다.

기자=장훈 씨는 지금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서=고정은 6개 정도를 하고 있다.

기자=이 감독은 장훈 씨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종종 보나?

이=그럼. ‘아는 형님’이랑 ‘미우새(미운우리새끼)’는 자주 본다. 재밌게 보고 있다.

기자=예능프로그램에서 여장도 하고 그러던데. 농구선수를 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서=농구인들이나 농구 관련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서장훈이가 별의별짓을 다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PD(프로듀서) 빼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가, 카메라 스태프는 전부 프리랜서다. 방송사에서 월급을 받는 게 아니고, 프로그램에서 수입을 얻는 사람들이다. 그 방송이 잘돼야 월급을 꾸준히 받을 수 있다. ‘나는 내 할 것만 한다’고 생각하는 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마음이나 고생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해달라’고 할 때 다 따라가게 된다.

이=그럼, 해야지.

기자=‘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점점 시들어가는 농구 홍보를 위한 큰 그림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서=문제는 나를 보고 농구를 떠올려야 하는데, 그게 연결이 안 되니 안타까운 일이지.

기자=이 감독을 예능프로그램에 한 번 불러보는 건 어떨까?

서=이 형은 감독 되고나서 인터뷰 응하고 그러지만, 선수 때만 해도 인터뷰 자체를 별로 안하는 사람이었다. 원래 성격 자체가 어디 나서서 말하고 그러는 건 안 좋아한다. 그리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상민이 형을 잘 모를걸.

이=‘가요무대’나 나가야겠네.

서=상민이 형은 ‘복면가왕’ 괜찮겠네. 거긴 보는 연령대 폭이 크니까, 형을 아는 사람도 있고. 잘 모르는 20대들은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고.

이=야, 됐다.

기자=다시 ‘농구인 서장훈’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팬들도 많다.

서=나는 농구를 해왔으니 평생 농구인이지. 내가 제일 잘하는 것도 농구고…. 다만 농구계로 돌아오는 것은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 않나. 내가 ‘이제 방송 그만하고 감독해보겠습니다’한다고 감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넌 방송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니?

서=받지. 물론 선수 때보다는 아냐. 아까 말했잖아. ‘아니면 말고’ 이런 마인드로는 안돼. 프로그램이 잘돼야 스태프가 월급을 받을 수 있으니 그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선수 시절 서장훈-이상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선수 시절 서장훈-이상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양동근을 보고 후배들이 배웠으면…

기자=방송생활을 하면서도 농구를 볼 때 눈에 띄는 선수가 있나?

서=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양동근(모비스)이다. 지금 KBL에서 뛰는 선수들이 전부 양동근처럼 절실하게 농구해야 우리 프로농구가 좀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양동근이 지금 연봉을 제일 많이 받는 선수 아닌가? 그런데 최저연봉 받는 선수보다 열심히 뛴다. 농구선수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가 그런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워야 한다.

기자=그 부분에 대해선 전에 방송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다.

서=맞다. 카타르아시안게임(2006년) 때 내가 대표팀에서 최고참이었거든. 그 때 태릉선수촌 농구장이 난방도 안 되고 엄청 추웠다. 그러다 보니 훈련 때 선수들이 훈련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다들 긴팔 입고 수비하는 모양새만 내고 그랬는데, (양)동근이 혼자서 반팔에 농구복장 갖춰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수비 스텝을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더니, 동근이가 ‘형님, 이왕 운동하러 나왔으니까 저는 그냥 이렇게 할게요’라더니 자기 할 것을 하더라.

이=동근이나 (조)성민(LG)이는 대학 때만 해도 빛을 못 봤는데, 자기들이 노력해서 그 자리에 간 거다. 우리랑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거지. 우린 양동근 같은 성실함은 없었어(웃음). 동근이나 성민이는 기본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든지 그런 면이 없어.

서=맞아. 그렇게 농구를 해도 될까 말까야. 현실직시를 못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기사 몇 줄 나가고, 홈팬들 환호 받는다고 스타가 아니다. 그냥 본인만 스타라고 생각하지. 스스로에게 냉정할 필요가 있다.

기자=삼성에는 양동근, 조성민 같이 운동하는 선수가 있나?

이=우린 나이 가장 많은 (주)희정이가 그렇게 한다. 지난 시즌에 비해 출전시간이 많이 줄어서 서운할 텐데, 그래도 여전히 야간운동을 제일 열심히 한다. 내가 희정이처럼 운동했으면 마흔 넘어서도 농구했을 거야.

기자=간혹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경기가 방송에서 나오고는 하는데, 가끔 보기도 하나?

서=찾아보지는 않고 채널을 돌리다가 나오면 아무래도 보게 되지.

이=그래? 나는 최근 방송으로는 못 본 것 같아. 기억은 많이 나지.

서=2002년에 우리 세대에 (김)승현이, (김)주성(동부)이가 같이 뛰면서 좋은 성과를 냈지만, 그것보다 조금 아쉬운 건 우리보다 앞 세대인 이충희 선배나 허재 형, (강)동희 형이랑 나이차가 조금 덜 났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이=맞아. 중국이 멤버가 엄청 좋았었거든. 야오밍, 왕즈즈, 순준, 류우동이 같이 뛸 때 엄청 강했어. 그런데 허재 형이나 동희 형이 우리랑 나이차가 많지 않았으면, 그렇게 많이 지지 않고 비슷하게는 했을 거야. 유럽도 1990년대 후반 수준이 좀 낮았을 때가 있었어. 우리가 1990년대 초반에는 유럽국가랑 하면 무조건 20∼30점씩 졌는데,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 때는 막판까지 접전하고 그랬어. 그 때 허재 형이랑 동희 형이 전성기 기량으로 같이 뛰었으면 몇 경기는 이겼을 거야.

서장훈-이상민(오른쪽).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서장훈-이상민(오른쪽). 용인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동생 걱정하는 형, 형 응원가겠다는 동생

기자=둘 다 40대 중반인데, 건강관리는 잘하는 편인가?

이=나는 살이 계속 빠진다. 지금 72kg인데, 대학교 1학년 때 몸무게다. 체중은 줄어드는데, 체지방은 늘고 있다. 거기다 무릎에 골다공증 증세가 있대. 내가 깜짝 놀라서 다시 물어봤다니까. 큰일이다. 병원에서 운동을 좀 하라고 하더라고.

서=형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살이 저절로 빠지는가 보네. 나도 운동은 전혀 안 해. 그래서 살이 찔까봐 하루에 한 끼만 먹어.

이=그 한끼를 엄청나게 먹지.

서=세끼 다 먹으면 살 엄청 찔 거야.

이=건강 잘 챙겨라.

서=형도 스트레스 받지 말고 좋은 성적 내. 우승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 아니잖아? 기회가 왔을 때 해야지. 플레이오프 때 내가 응원 한 번 갈게.

사회 및 정리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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