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게임의 희생양 될 순 없어”… 대만, 일본과 관계강화 공들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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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트럼프-시진핑 회담 대응 비상
美에 첨단무기 판매 약속이행 촉구… 中엔 대만 겨냥 미사일 요격 경고

다음 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례를 깨고 지난해 12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하는 등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지만 대만이 미중 전략게임의 ‘양보 카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대만의 우려는 한국의 고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대만 롄허(聯合)보 등에 따르면 장샤오웨(張小月)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전날 입법원(국회) 질의답변에서 “미중 회담에서 대만을 양국의 이익 교환을 위한 ‘체스의 말’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에 한 무기 판매 약속을 성실히 지켜야 하고, 중국은 대만의 이익을 조금도 침해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산 첨단 무기의 대만 판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정부가 “무기 판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약속 이행을 촉구하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의 민감성과 위험성을 잘 인식하기 바란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대만은 미중 간 전략게임에서 자국의 국익이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이 총통은 20일 재일본 대만 교민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과의 관계는 대만 정부의 최고 우선 사항”이라며 “대만과 일본 경제는 상호보완적이고 추가 협력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일본도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달 안에 일본에 설치된 대만 외교 창구인 ‘동아시아 관계협회’의 명칭을 ‘일본대만교류협회’로 바꾸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최첨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東風·DF)-16을 배치하자 대만 군 당국은 필요할 경우 요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펑스콴(馮世寬) 대만 국방부장은 20일 입법원 외교 및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의 최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DF-16이 대만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가 중국 DF-16 미사일의 대만 겨냥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최대 사거리 1000km인 DF-16은 대만과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 오키나와(沖繩) 등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펑 부장은 대만은 자체 조기경보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국방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며 대만에 비우호적 행위를 탐지하는 즉시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PAC-3)으로 요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 자료에 따르면 DF-16은 DF-11이나 DF-15보다 정교해져 패트리엇(PAC-3)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하는 능력이 월등히 향상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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