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저렴해지는 新실손보험, 비급여 개선 안돼 ‘반쪽’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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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출시 앞두고 기대반 우려반

다음 달 1일 선보일 실손의료보험 신상품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기본형과 특약으로 분리된 신상품은 기존 실손보험보다 최대 25%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파격적인 상품 구조 개선에 비해 문제의 또 다른 축인 비급여 의료제도의 개선이 미흡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 ‘착한 실손’ 기대와 우려 엇갈려

새 실손보험은 ‘착한 실손’으로 불린다. 그간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꼽혀온 과잉 진료 항목들을 3가지 특약으로 분리해 보험료를 낮췄기 때문이다. 특약 없이 기본형만 가입하면 기존 실손보험보다 25%가량 보험료가 저렴해질 거라고 금융당국은 예상했다.

특약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증식치료 △마늘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3가지로 나뉜다. 특약 항목의 보험료가 치솟는 걸 막기 위해 특약 항목의 자기부담비율을 20%에서 30%로 높이고 연간 보장 금액과 횟수도 제한했다. 직전 2년간 비급여 의료비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10% 깎아주기도 한다.

문제는 실손보험의 상품 구조는 대폭 뜯어고친 반면 비급여 의료제도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실손보험 문제는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상품 구조와 비급여 의료제도를 함께 개선해야 해결할 수 있다. 의료기관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의료 항목의 금액과 기준을 관리할 수 없으면 상품 구조 개선만으로 실손보험료 상승을 막을 수 없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전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에서 비급여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8.6%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실손보험 개편안을 발표하며 비급여 의료 항목에 대해 올해까지 200개를 순차적으로 표준화하고 진료 기준, 금액 등의 정보를 공개한다. 공개 대상 의료기관도 병원급 이상으로 확대된다. 올 하반기(7∼12월)까지 비급여 의료 항목에 대한 진료비 세부내역서에 대한 표준 양식도 마련한다.

하지만 대상 항목이 적고 언제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시기도 없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의료기관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제외된 것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12년에도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발표하며 비급여 의료 표준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런 식이면 3, 4년 내 다시 상품 구조만 뜯어고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비급여 개선 시급하다

현재 비급여 의료는 이름이나 코드를 의료기관이 필요할 때 만들어 쓸 수 있어 표준화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5년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비급여 의료 항목 코드 1만6680개 중 표준화된 비율은 9.7%(1611개)에 그친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별로 진료비나 치료 횟수 등이 크게 차이난다. 지난해 6월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수치료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이 병원별로 4만5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3배가량 차이가 났다.

보험업계에서는 비급여 의료에 대한 표준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도수치료, 마늘주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 보험사 직원은 “새로운 항목의 과잉 진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특약을 다시 만드는 식의 땜질처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급여 의료 정보 표준화와 정보 공개를 최대한 앞당기고 대상 의료기관도 의원급을 포함해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급여 의료 항목의 표준화된 코드부터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병원마다 다른 정보로는 의미 있는 통계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이 민간 보험이긴 하지만 32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만큼 비급여 의료의 가격을 표준화하는 것까진 어려워도 과도한 진료 비용을 제재할 수단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신실손보험#비급여#의료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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