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 남자팀 지도자상 받은 45세 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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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위 유승엽-신광식 배출한 ‘신흥명가’ 강원도청 윤선숙 코치
2005년 팀 창단 때 선수로 입단, 플레잉코치 뛰다 작년부터 전임
“남자선수들과 소통이 최대 강점”

“제가 받아도 되는 상이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국내 남자 부문 지도자상을 받은 윤선숙 강원도청 코치(45·사진)는 “감독님이 받았어야 할 상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19일 열린 동아마라톤 국내 남자부에서 각각 1, 2위를 한 유승엽(25)과 신광식(24)은 둘 다 강원도청 소속으로 윤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최선근 강원도청 감독(65)은 “실제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부대낀 시간은 윤 코치가 더 많다”며 지도자상을 윤 코치에게 양보했다. 최 감독과 윤 코치가 10년째 지도자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강원도청은 올해 서울국제마라톤 국내 여자 부문에서도 이해진(21)이 6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남녀 부문 6위 이내에 단일 팀 최다인 3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리며 국내 실업 마라톤의 신흥 명가로 떠올랐다.

윤 코치는 국내 실업 마라톤 팀 지도자 가운데 남자 선수를 가르치는 유일한 여성 코치다. 2005년 강원도청 마라톤 팀이 창단할 때 선수로 입단한 그는 2008년부터 선수 겸 코치를 맡았고, 지난해부터는 선수 생활을 접고 코치 역할에만 전념하고 있다. 윤 코치는 2008년 선수 겸 코치를 할 때부터 남자 선수들을 가르쳤다.

“제가 마라톤을 오래했지만 남자 선수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처음에는 애를 좀 먹었죠.” 윤 코치는 운동생리학적인 면에서 남녀 선수의 차이나 풀코스 완주 후 남자 선수들의 회복 속도, 영양 상태부터 차근차근 파고들며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코치 생활 초창기에는 남자 선수들과 빨리 친해지려고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도 자주 주고받았다. 소속 팀에서 남녀 선수를 모두 가르치고 있는 윤 코치는 지도자로서 자신의 강점으로 소통 능력을 꼽기도 했다.

윤 코치의 선수 시절 개인 최고 기록은 2008년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작성한 2시간31분21초다. 윤 코치는 2013년 당시 41세의 나이로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동아마라톤 여자부에서 1위를 한 김성은(28·삼성전자)의 기록은 2시간32분20초다. 윤 코치가 36세 때 세운 개인 최고기록에도 못 미친다.

윤 코치는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침체돼 있는 한국 마라톤에 대해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안타깝다”면서 “지금의 침체기를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게 좋은 선수를 길러 내는 것이 마라톤 지도자의 임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대회#윤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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