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억 들인 해양설비 핵심기술 빼돌린 인도인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10시 24분


코멘트
국내 최초로 개발된 해양 설비 관련 핵심 기술을 빼돌린 외국인 엔지니어가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해당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강해운)는 인도인 A 씨(49)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2014년 입국한 A 씨는 국내 해양·조선 엔지니어링 기업 2곳에서 일하며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 씨의 PC와 노트북 외장하드 휴대용저장장치(USB) 등을 압수해 피해 기업 2곳의 자료 7063건이 저장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기기에 남아 있는 자료를 분석해 추가 피해 유무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피해 기업에 따르면 A 씨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해양 엔지니어링 기업인 B사에서 화학공정 엔지니어로 일하며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및 재기화 설비(LNG-FSRU)’ 설계 자료를 몰래 복사해 자신의 컴퓨터에 옮겼다. LNG-FSRU는 해상에 LNG 기지를 띄우는 최신 설비다. B사는 개발비 3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이 설계 기술을 개발해 인도네시아에 10억 원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초 B사는 보안검사를 위해 A 씨가 쓰던 컴퓨터를 점검하다 설계 자료가 복사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A 씨는 엔지니어로 설계에 참여해 모든 자료를 열람·복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B사 관계자는 “A 씨가 일본, 나이지리아에서 일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아 산업스파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며 “여러 국가와 기술 수출을 협상 중인데 해외로 유출됐다면 수출 길이 막힐 수도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2014년 3월부터 약 1년간 부산 소재 조선 엔지니어링 기업인 C사에서 일하며 협력사의 자료를 빼돌리기도 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인 협력사가 C사에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비용 견적을 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견적서에 포함된 자료를 몰래 복사한 것이다. 그러나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에 따르면 2011~2015년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건수가 239건이다. 국가 핵심 기술로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엔진의 주요 부품과 현대·기아차의 신차 설계 도면이 유출됐다.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 예상액만 연평균 50조 원에 달한다고 정 의원 측은 주장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