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토모 스캔들’ 일파만파… 코너 몰리는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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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이사장 “아베 100만엔 기부” 폭로… 아베측 “영수증 등 기록 없어” 부인
야권에선 “사실이라면 물러나야” 자민당도 이사장 국회소환 동의

열렬한 팬이던 극우인사의 ‘위험한 입’ 때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사카(大阪)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이사장이 최근 “아베 총리로부터 기부금 100만 엔(약 1013만 원)을 받았다”고 폭탄발언을 하면서 모리토모 학원 사태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9일 모리토모 학원 법인의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뒤 의혹은 일파만파로 번져 나갔다.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이 학교의 명예교장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 학교법인이 유치원생들에게 군국주의 시절 교육칙어를 외우도록 하고 “아베 총리 힘내라”는 선서를 시키는 등 극우 성향 교육을 해왔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아베 총리가 아키에 여사를 통해 학교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가고이케 이사장의 폭로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아베 총리 측은 “사실이 아니다”며 전면 부인했지만 야권에선 사실이라면 아베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모리토모 스캔들’ 초기인 지난달 17일 국회 답변에서 “나와 아내가 관련된 것이라면 총리와 국회의원직을 모두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자 그간 가고이케 이사장을 국회로 소환해야 한다는 요구에 소극적이던 집권 자민당도 23일 국회로 그를 부른다는 데 동의했다.

가고이케 이사장과 아베 총리의 연결고리는 평화헌법 개정을 목표로 하는 극우단체 ‘일본회의’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궁지에 몰리자 총리 측근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과의 과거 관계를 흘리다가 이번에 총리 본인을 지목하는 ‘물귀신’ 작전을 쓰고 있다. 그는 보수우익계 정치권 인사들이 모두 등을 돌리고 자신만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나다 방위상은 변호사 시절 이 법인의 법정대리인을 맡은 적이 있다는 이사장 측의 주장을 국회에서 전면 부인했다가 다음 날 결정적 증거가 나오자 곧바로 사과했다. 여기에 남수단 육상자위대 문제와 관련해 방위성 내부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23일 국회에 불려 나오는 가고이케 이사장이 어떤 폭탄을 터뜨리느냐에 따라 아베 총리의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인들을 통해 총리를 공격할 여러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흘리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아베#모리토모 스캔들#100만엔#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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