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가구, 소득 23% 양육비 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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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평균소득 399만원중 94만원 지출… 1~2세 영아 둔 가정은 97만원 달해
“과도한 부담이 저출산 부추겨”

두 살, 네 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엄마 이모 씨(34)의 ‘전쟁’은 오전 11시부터 시작된다.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의 ‘육아’ 카테고리에는 5초에 1건꼴로 육아용품 판매 글이 올라온다. ‘저건 너무 낡았어. 이건 중고치곤 비싸고…. 찾았다!’ 새것 같은 영아용 카시트를 3만 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누르는 찰나, ‘판매완료’ 표시가 뜬다. 이 씨는 “특별히 명품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하는데도 아이 뒷바라지를 하고 나면 월급의 절반은 없어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씨처럼 5세 이하 영유아를 둔 가정은 월평균 가처분소득의 4분의 1을 양육비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15년 7월∼지난해 6월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정 1010가구를 설문하고 309가구의 가계부를 뜯어본 결과, 세금, 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한 월평균 가처분소득 399만2000원 중 양육에 쓴 돈이 94만4000원(23.6%)이라고 19일 밝혔다.

첫째 아이가 4세 이상인 가정은 월평균 양육비가 98만2000원, 1∼2세인 가정은 97만5000원으로 특히 부담이 컸다. 영유아 자녀가 1명인 가정은 87만8000원을, 2명인 가구는 106만6000원을 각각 썼다. 양육비는 빈부 격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월 소득 550만 원 초과 가구는 129만 원을 써, 소득 200만 원 이하인 가구(50만8000원)의 2.5배였다.

연구진이 육아 대표 품목 21개에 대한 품질 대비 물가체감지수(높을수록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뜻)를 조사한 결과 육아 서비스 비용 중 가장 높은 것은 산후조리원 이용료(181.6점)였다. 무상보육 제도 시행 후 어린이집 이용료 부담은 121.4점에서 117.1점으로 줄었지만 산후 관리 비용은 늘었다는 뜻이다. 돌잔치와 앨범 제작비 부담(170.8점)도 2013년(167.4점)보다 커졌다. 최근 여성가족부 조사에선 ‘돌잔치 간소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97%나 됐지만 “현실은 여전히 ‘돈 잔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재 중에선 유모차(155점)와 완구류(152.9점)의 부담이 컸다.

학계에서도 과도한 양육비 부담이 저출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저출산의 경제학’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증가에 따라 육아비도 늘어나 결과적으로 가구당 자녀 수가 점점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미국 가정의 월평균 소득 대비 영유아 양육비 비율은 소득 수준에 따라 12∼24%였고 식비와 보육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 15∼21%, 호주 9∼13% 등이다.

박진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무상보육 실시로 전체적인 서비스 이용 만족도는 줄어들고 가계 부담은 늘어났다”며 “양육수당을 자녀 수와 나이,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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