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하는 과정을 주도한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는 왓슨의 도입을 ‘실험적인 시도’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얼마 안 가 의료 현장에서 불가결한 조력자로 자리 잡을 거란 뜻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AI가 필수가 될 거라고 보는 이유는 뭔가.
“암 치료를 바둑에 비유하면 암 세포는 매순간 새로운 수를 내놓는 강력한 적수다. 그를 상대해야 하는 환자는 초읽기에 몰려 생명이 위태롭고, 의사는 다면기에 응하듯 여러 환자를 동시에 돌봐야 한다. 의사가 암 환자 1명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연구·조사에만 평균 16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지만 현재는 시간에 쫓겨 불가능하다. 환자와 의사를 도울 강력한 ‘훈수자’인 AI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왓슨 도입 후 가장 큰 성과는 뭔가.
“의료용 AI의 궁극적 목표인 ‘의료 민주화’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국내 암 진료비의 80% 이상은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등 대형 병원에서 쓰인다. 암 치료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된 탓에 적지 않은 지방 환자가 이른바 ‘3분 진료’를 받기 위해 수 개월간 진료 예약을 기다려야 한다. 환자가 거주 지역 내에서 최상급에 준하는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이 같은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왓슨 도입 후 암 환자 커뮤니티에선 서울 내 대형 병원 대신 왓슨의 판단을 받아 보고자 문의하는 글이 늘어나고 있다.
―환자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우려도 있다.
“환자의 이름, 주민번호 등 개인 정보는 의료법에 따라 길병원 내부에서만 보관한다. 왓슨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것은 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증상, 나이 등 비식별 정보뿐이다. 일각에선 ‘왜 굳이 외국 제품을 이용하느냐’고 비판하는데, 토종 AI가 개발될 때까지 새로운 시도를 멈출 순 없다. 또 왓슨은 외제 컴퓨터단층촬영(CT)·양성자단층촬영(PET) 장비와 달리 유지·보수비를 들일 필요도 없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우선 기존에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진료 기록, 각종 의료 영상 등 ‘비정형 정보’를 왓슨이 인식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정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는 사람이 일일이 변환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규모 입력이 불가능하다. 다음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정밀 의료를 실현하는 거다. 현재는 암이 변화하는 과정을 따라가기 바쁘지만 앞으론 미리 예측해 표적 치료제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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