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AI, 암 치료 시 선택 아닌 필수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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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길병원 AI정밀의료추진단장

왓슨의 국내 도입을 주도한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은 17일 인터뷰에서 “의료용 인공지능이 현장에서 머지않아 ‘필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병원 제공
왓슨의 국내 도입을 주도한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은 17일 인터뷰에서 “의료용 인공지능이 현장에서 머지않아 ‘필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병원 제공
“머지않아 인공지능(AI)의 도움은 암 치료 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겁니다.”

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하는 과정을 주도한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정밀의료추진단장(신경외과 교수)은 1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는 왓슨의 도입을 ‘실험적인 시도’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얼마 안 가 의료 현장에서 불가결한 조력자로 자리 잡을 거란 뜻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AI가 필수가 될 거라고 보는 이유는 뭔가.

“암 치료를 바둑에 비유하면 암 세포는 매순간 새로운 수를 내놓는 강력한 적수다. 그를 상대해야 하는 환자는 초읽기에 몰려 생명이 위태롭고, 의사는 다면기에 응하듯 여러 환자를 동시에 돌봐야 한다. 의사가 암 환자 1명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연구·조사에만 평균 16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지만 현재는 시간에 쫓겨 불가능하다. 환자와 의사를 도울 강력한 ‘훈수자’인 AI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왓슨 도입 후 가장 큰 성과는 뭔가.

“의료용 AI의 궁극적 목표인 ‘의료 민주화’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국내 암 진료비의 80% 이상은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등 대형 병원에서 쓰인다. 암 치료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된 탓에 적지 않은 지방 환자가 이른바 ‘3분 진료’를 받기 위해 수 개월간 진료 예약을 기다려야 한다. 환자가 거주 지역 내에서 최상급에 준하는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이 같은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왓슨 도입 후 암 환자 커뮤니티에선 서울 내 대형 병원 대신 왓슨의 판단을 받아 보고자 문의하는 글이 늘어나고 있다.

―환자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우려도 있다.

“환자의 이름, 주민번호 등 개인 정보는 의료법에 따라 길병원 내부에서만 보관한다. 왓슨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것은 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증상, 나이 등 비식별 정보뿐이다. 일각에선 ‘왜 굳이 외국 제품을 이용하느냐’고 비판하는데, 토종 AI가 개발될 때까지 새로운 시도를 멈출 순 없다. 또 왓슨은 외제 컴퓨터단층촬영(CT)·양성자단층촬영(PET) 장비와 달리 유지·보수비를 들일 필요도 없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우선 기존에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진료 기록, 각종 의료 영상 등 ‘비정형 정보’를 왓슨이 인식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정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는 사람이 일일이 변환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규모 입력이 불가능하다. 다음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정밀 의료를 실현하는 거다. 현재는 암이 변화하는 과정을 따라가기 바쁘지만 앞으론 미리 예측해 표적 치료제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의료용 ai#이언 길병원 ai정밀의료추진단장#왓슨 포 온콜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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