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수술로봇 상용화 눈앞… 환자 부담 줄어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레보아이’ 임상시험 성공 의미

레보아이(Revo-i)
레보아이(Revo-i)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과 반도체업체 미래컴퍼니가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Revo-i)’가 담낭과 전립샘 절제술 같은 내시경 수술 임상시험에 성공하면서 수술로봇의 국산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완료된 임상시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승인할 경우 이르면 올해 내에 국산 수술로봇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정밀한 복강경 수술로봇을 개발한 국가가 되는 것이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로봇 수술? 그게 나와 무슨 관계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로봇의 국산화는 환자 수술비와 직결된다. 수술로봇은 환자의 몸에 2∼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을 몸속에 집어넣은 다음 외부 조종석에 앉은 의사가 3차원 영상과 컨트롤러를 통해 원격으로 조작하는 장비다. 주로 전립샘, 갑상샘암 수술에 많이 쓰인다.

문제는 전 세계 로봇 수술이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사가 개발한 수술로봇 ‘다빈치’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 수술을 하는 국내 47개 병원에서도 모두 다빈치를 쓴다. 다빈치가 시장을 독식해 온 탓에 로봇 수술 비용이 높다는 지적이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됐다. 다빈치 가격은 대당 25억∼30억 원. 여기에 인튜이티브사가 담당하는 연간 유지보수 비용만 대당 2억3000만 원가량 된다. 또 로봇 팔은 약 10회 사용 후 교체하는 등 소모품은 인튜이티브사가 정한 사용 횟수대로만 써야 하기 때문에 거액의 부품비가 추가로 든다.

이 같은 비용은 환자의 수술비에 포함된다. 실제 입원, 검사비 등을 뺀 순수 로봇 수술비는 갑상샘암 700만∼800만 원, 전립샘암 700만∼1000만 원, 심장 판막 수술 1000만∼1억5000만 원에 이른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인튜이티브사 수익 중 기기 판매 수익은 30%고, 70%는 유지보수비와 부품비인데 독점하다 보니 비싼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레보아이’가 상용화되면 다빈치에 비해 판매가격, 유지비 등 각종 운영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연동돼 환자의 수술비용도 줄게 된다. 미래컴퍼니 측은 “정부 승인 과정이라 아직 레보아이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후발 주자로 다빈치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고 말했다.

레보아이의 성능은 어떤 수준일까. 전립샘암·담낭 담석 제거 등 다빈치가 할 수 있는 복강경 수술은 모두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다빈치와 세밀한 성능까지 완벽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10년 이상의 노하우가 쌓인 다빈치가 아직은 우수하다는 평이다. 나군호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아이폰이 나와 시장을 제패한 가운데 갤럭시가 출시된 정도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레보아이가 상용화되면 한국도 세계 로봇 수술 산업을 주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경쟁을 통해 로봇 수술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레보아이#국산 수술로봇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