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남녀건각들 메달 싹쓸이…“비결? 우리도 몰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0일 05시 45분


케냐 키프루토-아가이(오른쪽). 동아일보DB
케냐 키프루토-아가이(오른쪽). 동아일보DB
1위∼8위 마라토너 16인 중 14명 케냐인
“특별한 훈련법 없고 식이요법도 안한다”


“대체 왜 그렇게 잘하는 건가?” “특별히 잘하는 비결이 뭐냐?”

4년 주기의 하계올림픽 양궁종목이 끝날 때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이 남녀 메달을 싹쓸이하는 태극궁사들을 에워싼다. 이들의 관심과 질문은 대개 비슷하다. 한국양궁이 유독 강한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한국인들은 젓가락을 사용해 손가락의 감각이 남다르다’ 등의 분석은 지겨울 정도로 반복된다. 유감스럽게도 뚜렷한 정답은 없다. 선수들의 답도 특별할 수 없다. 더 솔직히 말해 우리 자신도 모른다.

그런데 특정종목에서 강세를 떨치는 국가는 우리만이 아니다. 육상에서도 궁금증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체 단거리(트랙)에서 북중미의 자메이카는 왜 그토록 강한지, 장거리에서 아프리카(특히 케냐·에티오피아)는 어째서 호성적을 꾸준히 낼 수 있는지 등이다. 2013년 일본 아사히신문 추바치 신이치 기자가 오랜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케냐마라톤이 강한 까닭을 나름대로 정리한 책을 출간했지만, 여기서도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19일 펼쳐진 2017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대회의 주인공은 이번에도 아프리카였다. 특히 케냐 건각들이 국제 부문을 휩쓸었다. 1위부터 8위까지 남녀 마라토너 16인 가운데 14명이 케냐에서 날아왔다. 새로운 영웅도, 과거의 에이스들도 절대다수가 케냐 출신이다. 여자부 2위와 4위만이 에티오피아 출신이다.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9),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국제마라톤 1위를 차지한 마크 코리르(29)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2시간05분54초에 결승 테이프를 가장 먼저 끊은 에이머스 키프루토(25·이상 케냐)의 설명은 예상대로 딱히 새롭지 않았다. “특별한 훈련 프로그램은 없다. 다른 선수들처럼 평범한 스케줄에 따라 뛰었다. (케냐가 마라톤에 강한) 이유는 모르겠다. 비결도 없다. 식이요법 등을 따로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한국양궁과 다를 바 없다. “그냥 열심히 활을 쏘다보니 실력이 늘었고, 세계 정상에 섰다. 다만 우리는 올림픽 메달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훨씬 치열하고 부담스럽다” 같은 설명처럼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열심히 뛸 뿐 특별하지 않아 더욱 특별해 보이는 케냐, 그리고 아프리카마라톤의 비밀 아닌 비밀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잠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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