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마저 이겨낸 대니,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0일 05시 30분


현대캐피탈은 19일 외국인선수 대니의 깜짝 활약에 힘입어 한국전력과의 PO 1차전을 이겼다.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대캐피탈은 19일 외국인선수 대니의 깜짝 활약에 힘입어 한국전력과의 PO 1차전을 이겼다.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NH농협 2016~2017 V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앞둔 현대캐피탈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외국인선수 다니엘 갈리치(30·등록명 대니)의 활약 여부였다. 현대캐피탈 구단 내부에서도 “외국인선수가 잘 버텨줘야 할 텐데”라는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대니는 톤 밴 랭크벨트의 대체자로 5라운드부터 현대캐피탈에 합류했다. 그가 정규시즌 9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경기당 9.67득점, 공격성공률 45.51%. 경기를 치를수록 실전감각을 회복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목소리가 컸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대니에게 의존할 수는 없지만,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기에 블로킹과 서브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기본적인 역할만 잘해줘도 경기를 순조롭게 풀어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은 “대니가 이틀 전까지 몸 상태가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허리가 좋지 않다”고 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지금 몸 상태를 고려하면 정규시즌 때와 비슷한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위안 삼았지만, 아쉬운 표정마저 숨기진 못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날 대니는 팀 내 최다 14득점(2서브), 공격성공률 63.15%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5개의 디그(정확도 100%)를 성공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0(25-20 25-17 25-18) 완승을 이끌었다.

현대캐피탈 대니.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대캐피탈 대니.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단순히 득점이라는 주요 지표만으로 대니의 활약을 설명할 수 없다. 위력적인 서브는 팀이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대니의 서브는 강력하면서도 끝까지 밀려들어가는 특성이 있다. 한 배구인은 “(대니의 서브는) 상대 리시버가 팔만 움직여서 받아낼 수 있는 강도가 아니다”고 했다. 이날 대니는 총 20차례 서브를 시도해 2득점을 올렸고, 범실은 단 2개뿐이었다. 나머지 16개의 서브도 상대 리시브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PO의 키워드였던 외국인선수의 결정력 싸움에서 대니가 한국전력 아르파드 바로티(10득점·공격성공률 33.33%)를 압도했다.

대니가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니 세터 노재욱도 한결 여유를 찾았다. 문성민(12득점·2서브), 박주형(11득점·4블로킹), 최민호(8득점·2블로킹), 신영석(6득점·4블로킹)의 다양한 공격루트를 십분 활용하며 승리를 도왔다.

대니는 경기 후 “PO, 챔피언결정전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며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모두 통증을 안고 뛸 것이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뛰는 전사들”이라고 책임감을 보였다. 최 감독도 “대니가 초반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국내선수들에게 미안해하며 눈치를 보곤 했는데, 자신감을 찾은 덕분에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오늘처럼만 해주면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천안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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