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이재성 “뒷문 취약…혹평이 나를 자극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17일 05시 45분


전북현대 수비수 이재성(왼쪽 3번째)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올해 전북으로 이적한 이재성은 새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서는 날을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현대 수비수 이재성(왼쪽 3번째)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올해 전북으로 이적한 이재성은 새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서는 날을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북 수비의 핵심 이재성

타이트한 훈련템포 실전 리듬과 일치
팀원 모두 피나는 노력으로 자기관리
즐겁게, 치열하게…‘더블’ 달성 목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는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꾸준한 투자와 노력으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챔피언으로 발돋움한 만큼,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하며 승수를 쌓는다. 오랜 시간 다져온 특유의 저력은 질 법한 경기를 무승부로 바꾸고, 비겨야 할 경기를 승리로 바꾼다. 물론 이길 경기는 더 화끈하게 이긴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삼성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라운드 원정경기가 딱 그랬다.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원정팀이 경기를 지배했다. 간헐적으로 반격을 시도하던 수원이 사실상 승부를 포기하게 된 장면이 있었다. 전북이 1-0으로 앞선 전반 42분, 쓰리백 수비라인의 한축을 맡은 김진수(25)가 띄운 프리킥을 또 다른 수비수 이재성(29)이 헤딩슛해 추가골을 만들었다. 한순간도 굳은 표정을 풀지 않던 전북 최강희 감독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출했다. 전방의 막강 화력도 막기 버거운데, 후방의 방패들이 골을 합작했으니 수원으로선 답이 없었다.

울산현대에서 활약하다 이번 겨울이적시장에 전북으로 이적한 이재성은 전형적인 ‘골 넣는 수비수’다. 2009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까지 K리그 통산 10골·2도움을 올렸다. 친정팀 수원에 비수를 꽂은 이날의 득점도 사전에 약속된 플레이였다. 동계훈련부터 선수단 풀 트레이닝이 끝나면 세트피스 훈련을 수차례 반복했다. 특히 감각이 남다른 김진수의 ‘택배 크로스’를 받아 골로 연결하는 훈련을 거듭했다. “어쩌다보니 좋은 자리에 있었고, 좋은 패스가 왔을 뿐”이라며 겸손해하던 이재성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전북 이재성(오른쪽).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 이재성(오른쪽). 사진제공|전북현대

이재성은 “전북의 타이트한 팀 훈련이 나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전북은 클럽하우스에서 이뤄지는 풀 트레이닝을 대개 실전처럼 진행한다. 꼭 필요할 때만 코칭스태프가 잠시 멈춰놓고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정도다. 당연히 훈련 템포가 실전의 리듬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루하루가 치열하고 정신이 없다. 큰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면 체중이 2∼3kg 정도 빠지는데, 전북에선 (항상 감량되는) 체중을 제때 늘려놓지 않으면 더욱 힘들어진다. 팀원 모두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자신을 관리한다. 왜 전북이 최강이 됐는지 새삼 실감하고 있다.”

외부에서의 혹평도 이재성을 자극했다. 수원 원정을 앞두고 출처 모를 풍문을 접했다. ‘전북은 뒷문이 가장 취약하다’는 이야기에 수비진은 똘똘 뭉쳤다. ‘실점 없이 90분을 보내자’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고, 해냈다. 여기에 골까지 만들어냈으니 더 없이 유쾌한 하루였다.

이 같은 소문은 잘못된 것이다. 전북은 지난해 클래식에서 가장 실점이 적었다. “울산에서 뛸 때도 강팀과의 경기가 기다려졌는데,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들이 그랬다. ‘전북에서 뛰는 한, 수원에 지면 정말 큰일이 난다’고.” 출중한 실력자들이 간절함까지 느끼면 천하무적이 된다.

이재성의 목표는 분명하다. 아직 맛보지 못한 K리그 정상 타이틀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2012년 경험했으나, 아직까지 K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올해 초 (정강이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동생’ 이재성(25)과 동반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기왕이면 더블(클래식-FA컵 2관왕)에도 도전한다”며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출발이 나쁘지 않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도 즐기고, 치열하게 싸우고, 또 이긴다. 전북은 타이틀이 없으면 실패처럼 비쳐지는 팀이다. 내가 왔는데, 기분 좋은 역사가 깨지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재성의 또렷한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전북은 18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개막 3연승에 도전한다.

● 이재성은?

▲생년월일=1988년 7월 5일
▲키·몸무게=187㎝·75㎏
▲포지션=수비수(DF)
▲출신교=동북고~고려대(중퇴)
▲프로 경력=수원삼성(2009년), 울산현대(2010년~2016년), 전북현대(2016년 12월~현재)
▲K리그 통산 성적=174경기·11골·2도움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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