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몰려온 네덜란드 국민들, 유럽 극우 열풍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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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투표율 80%… 10년내 최고… 중도우파 집권당 33석 1위
극우 자유당 2위… 20석 그쳐… 뤼터 총리 “잘못된 포퓰리즘 멈춰”

獨-佛 정부 안도… 환영 논평… “5월 佛대선이 진짜 승부” 분석도

뤼터 총리
뤼터 총리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유럽에 불어닥친 포퓰리즘 열풍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유럽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15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 집권당인 중도 우파 자유민주당(VVD)이 21.2% 득표율로 33석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반(反)난민, 반이슬람, 반EU를 내세우며 유럽 최초의 극우 포퓰리즘 집권당을 노렸던 자유당(PVV)은 5년 전보다 5석이 늘어난 20석을 얻었지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총선 결과에 대해 마르크 뤼터 총리는 “잘못된 종류의 포퓰리즘을 멈추게 됐다”고 자평했다. 오히려 PVV에 대한 견제심리에 힘입어 친(親)EU, 친난민 성향의 민주66(D66)과 녹색좌파당이 5년 전보다 각각 7석과 10석 늘어난 19석과 14석을 얻었다. 수도인 암스테르담의 경우 PVV는 5년 전보다 득표율이 줄어든 6.1%에 그쳤고, 녹색좌파당과 D66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총선 투표율 80.2%은 최근 10년 내 총선 중 가장 높았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마르크 보번스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민주주의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가주의 정당은 거의 성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VVD가 PVV의 추격을 따돌린 1등 공신은 바로 경제였다. 출구 조사에 따르면 VVD에 투표한 이들의 81%가 경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네덜란드 성장률은 지난해 2.1%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률도 5.3%까지 떨어졌다. VVD는 2012년 집권 이후 긴축 정책을 앞세워 은퇴 연령 시기를 늦추고 연금 등 사회 복지를 줄이는 개혁을 주도했다.

뤼터 총리가 지난 주말 로테르담에서 터키의 개헌 지지 집회를 강하게 반대하며 PVV에 비해 약하다는 인식을 없앤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조지아대 카스 뮈더 교수는 “터키 대통령이 선거 막판 뤼터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줬다”고 평가했다.

PVV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지니는 다시 병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VVD가 패배자들과 함께 정부를 구성한다면, 우리는 강한 야당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네덜란드 총선 결과에 긴장했던 독일, 프랑스 주류 정치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내 친구 뤼터는 네덜란드의 챔피언”이라며 좋아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극단주의에 대한 완벽한 승리”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유럽의 포퓰리즘 열풍이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마벨 베레진 코넬대 사회학과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포퓰리즘과의) 진짜 승부는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가 나오는 5월 프랑스 대선”이라고 말했다. 28개 정당이 출마해 표심이 분산된 네덜란드 총선과 달리 여야 1 대 1 구도인 프랑스 대선은 지난해 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VVD의 연정 파트너였던 노동당의 몰락도 화제다. 5년 전 38석으로 2위였던 노동당은 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총리직을 계속 유지하게 된 뤼터 총리의 연정 구성 역시 쉽지 않게 됐다. 5년 전에는 VVD와 노동당만으로 연정 최소 구성 조건인 76석을 넘겼지만 이번에는 최소 4개 정당이 함께 연정을 구성해야만 가능하다. 녹색좌파당이 급성장하며 좌파 진영의 리더가 됐고, 30세 젊은 대표 예서 클라버르는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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