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 봉사의 가치 가르치는 봉사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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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꿈찾자’ 강사 이창훈씨
“두 시간 동안 귀 쫑긋세운 학생들, 쉬는 시간에 구체적 방법 물어와”

서울 성동구 교육강사 자원봉사단의 이창훈 씨가 9일 성수공업고교에서 국제자원봉사를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성동구 교육강사 자원봉사단의 이창훈 씨가 9일 성수공업고교에서 국제자원봉사를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어떤 사람이 소말리아의 가난한 아이를 후원했더니 나중에 커서 해적이 됐다고 합니다. 그럼 소말리아 아이들을 돕지 말아야 할까요?”

9일 서울 성동구 성수공업고등학교. 2학년 에코바이크반에서 일일수업을 하던 이창훈 씨(44)가 학생들에게 묻자 곳곳에서 “네”, “그래도 도와줘요” 같은 대답이 나왔다. 이 씨는 “내 도움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지는 우리의 영역 밖”이라며 “거기까지 생각해서 봉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성동구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의 가치를 가르치는 ‘꿈찾자(꿈을 찾는 자원봉사학교)’ 교육강사단 소속 강사다. 이날은 국제자원봉사를 주제로 두 시간 동안 수업했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자신만의 국제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발표했다. 이따금 “자원봉사하면 선생님은 공무원이세요?” “돈 받아요? 봉사시간은요?” 하는 질문들이 나왔지만 그때마다 이 씨는 “생업이 있다” “돈은 안 받지만 시간은 받는다”며 하나하나 대답해줬다.

빌딩관리업체에서 일하는 이 씨가 꿈찾자 교육강사로 활동한 것은 2015년부터다. 그전 해 봉사를 시작한 동갑내기 아내 유경아 씨가 권유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휴무일에 짬짬이 봉사를 하는 그는 유 씨가 수업하는 도중 잠시 간식을 들고 찾아간 적도 있다. 그는 “그때 수업을 듣던 학생이 나중에 ‘저도 나중에 결혼해서 선생님처럼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라고 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성동구는 이 씨와 같이 관내 중·고등학교를 찾아가는 교육강사 전문봉사단을 11년째 양성하고 있다. 면접을 거쳐 35시간 각종 교육을 이수하면 교육강사 자격을 준다. 지난해까지 10년간 강사 275명이 학생 11만여 명에게 강의했다. 일괄적인 교내방송 대신 환경·어르신·문화·장애인·국제협력 같은 다양한 주제로 학년, 학기별 맞춤형 교육을 해 호응이 높다. 올해 뽑힌 11기 예비교사 30명은 지난달 21일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3월 한 달 선배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한 뒤 4월부터 본격 수업에 나선다.

이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제출한 수업평가서에는 하트(♡) 모양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박수근 군(17)은 “그동안 자원봉사를 하라는 이야기만 들었지만 오늘은 왜 해야 하고 어떤 의미인지도 배울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꿈찾자#이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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