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국제대회 첫 80점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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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J피겨선수권 쇼트 2위에

빙판 위에 선 차준환(16·휘문고)은 조금 긴장한 표정이었다. 어깨를 움직이고 손을 툭툭 털며 마음을 다잡은 그는 영화 ‘코러스라인’ 음악이 흘러나오자 돌변했다. 강렬한 눈빛으로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시작한 그는 경쾌한 선율이 흐르거나 난도 높은 점프를 성공시킬 때마다 활짝 웃었다.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기대주인 그이지만 김연아(은퇴)와 하뉴 유즈루(일본)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운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눈에는 아직 부끄러움이 많은 소년이다. 1월 오서 코치는 “차준환이 더 성장하려면 빙판 위에서 과감하게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 특히 쇼트프로그램에서 긴장하지 말아야 프리스케이팅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1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차준환은 오서 코치의 주문대로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 82.34점으로 2위에 올랐다. 국제 대회에서 처음으로 80점대를 돌파하며 자신의 ISU 공인대회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점을 경신한 그는 한국 남자 선수 최초의 세계주니어선수권 메달 획득에 성큼 다가섰다. 오서 코치는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점수 발표를 기다리는 차준환이 기특한 듯 툭툭 치며 격려했다.

차준환은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점수 10.3점)에서 수행 점수 1.4점을 챙긴 것을 포함해 점프 3개를 깨끗이 성공시켰다. 여기에 곡 해석 능력과 표현력 등을 평가하는 예술 점수도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35.14점), 7차(36.44점) 대회 때보다 높은 37.07점을 받았다.

이날 1위에 오른 드미트리 알리예프(러시아·83.48점)와 차준환의 점수 차는 1.14점에 불과하다. 16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차준환은 고득점에 유리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두 차례 뛸 예정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 알리예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를 한 번만 뛴다. 차준환은 “인생 최고의 연기를 펼친 것 같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오서 코치와 훈련하면서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차준환#세계j피겨선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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