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탕 나눠주듯 자리 나눠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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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친분 위주 백악관 人事” 비판


“백악관이 ‘애매한 프로필을 가진’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백악관에 중용하는 ‘사탕 나눠 주기’식 인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 지인들이 백악관에 입성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는 백악관에 입성하려면 ‘전문성’이 아니라 ‘충성심’이 필수 요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질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신문이 소개한 ‘공직 경험 전무(全無)형’ 인사의 대표 격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아들 앤드루 줄리아니(31)다. 지난주 백악관 공공교섭 및 정부관계 담당에 채용된 그는 듀크대 출신으로 프로골퍼 지망생이었다. 정부기관에서 일한 경력은 전무하며, 민간기업에서 영업 담당 인턴으로 일했다는 기록만 있다. 그가 발탁된 건 아버지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친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기술시스템 현대화를 위해 기술혁신 부문 보좌관에 발탁된 리드 코디시(42)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인연이 깊다. 코디시는 쿠슈너처럼 아버지가 유대계 부동산 개발업자이며, 그의 부인은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이방카와 친한 대학 동기다.

국제협상 특별대표에 임명된 제이슨 그린블랫(50)은 뉴욕대 로스쿨 출신으로 트럼프그룹에서 오랫동안 법무를 담당하며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대통령 집무실 관리책임자로 임명된 키스 실러(59)는 1999년부터 시간제 경호요원으로 트럼프 곁을 지켰다. 모두 자기 회사 사람을 백악관으로 데려간 케이스다.

이에 대해 폴 라이트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는 “백악관의 자리는 사탕을 나눠 주듯 친구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세라 샌더스 부대변인은 “정치 경험은 없더라도 그것이 아마추어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을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 관료를 통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워싱턴 오물 빼기(drain the swamp)’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관료에 대한 불신이 깊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요 직책을 맡을 사람들을 워싱턴 밖에서 찾고 있다. 또 관료 수 자체도 줄이려고 해 ‘관료주의 다이어트’에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NYT는 “지금까지 내각 지명자 총 18명을 보좌할 비서관과 보좌관 등 주요 직책 500여 석이 공석인 상태로 남아 있다”며 “인선이 늦어져 발생한 공백을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로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재무부 부장관 역시 관료보다는 월가 금융인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부장관에 임명된 제임스 도너번 골드만삭스 매니징디렉터는 기업 전략과 투자은행 분야 전문가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비롯해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디나 파월 백악관 경제고문까지 트럼프 정부 경제라인을 골드만삭스 출신이 싹쓸이했다고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트럼프#백악관#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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